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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신 Mar 20. 2024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에게 보내는 위로 4

-순례길이 준 선물

례길이 준 선물


순례길 완주 후 마음으로는 여행을 더 지속하고 싶었으나 순례길 마지막

무렵 다친 발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에서 더 여행을 지속하면 만용인 것 같아

45일로 여행을 마치고 일단 서울로 돌아갈 결정을 내렸다. 서울역에 마중 나온 남편

말이 “당신이 집 떠난 지 45일 만에 왔다”라고 했다.

나는 늘 나갔다 돌아오면 부엌부터 향했는데, 45일간의 주부의 부재를 증명하듯

이번에는 남편이 부엌에 들어가 밥을 준비했다. 집에 오니 마루 부엌 바닥이 끈

적끈적하다. 그래도 “긴 시간 동안 둘 다 별 탈 없으니 다행!”이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나는 이번 산티아고 길에 나의 성질 중 못된 한 가지를

두고 왔다. 남편이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며 싱글벙글 좋아한다.

“설마... 완주를?”

내가 순례길 완주를 마치고 돌아오니 반신반의하던 식구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

이 모두 깜짝 놀라 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걸은 것처럼 나의 순례길 페북 일

기를 주시하며 완주를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했다. 앞서도 썼듯이 처음부터 혼자 하는 순례 여행에 자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순례길 초기 내 낭

만적인(?) 불안과는 별도로 비행기 초과예약, 알베르게 초만원, 현실적으로 난

처한 상황에 봉착하며 해결해 나가며 나로서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순례길이 끝난 후 새벽에 일어나면 ‘이젠 새벽에 졸린 눈으로 안 걸어도 되게

구나.’ 마음이 편해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한 달여를 어떻게 그렇게

매일 걸었는지? 지난봄 일인데도 다시 걸으라면 못 걸을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알지 못하는 귀한 에너지가 있었던 걸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내가 아닌

 다른 더 멋진 어떤 사람이 될 욕심을 더 이상 갖지 않는 것, 나 자신에, 내가 가진

 많은 것에 만족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곰곰이 돌아보고 젊은 날 무지했던

자신을 용서하는 것, 결혼 7년 차에 사회로 재진출을 하며 내가 겪었던 많은

어려움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그대로 덮어 두었으면 두고두고 못 다 했을

내 인생의 과업을 하나씩 해결하며 내가 원하는 마음속의 한 뼘 자유를 향해 나아간 것, 순례길이 내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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