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

by 느하

왼손으로 쓴 글씨처럼 초라한 하루였다. 발행한 글이 의리가 있는 지인들 몇의 라이킷을 받았다. 낯 뜨거운 성적이었다.

그해, 열정이 넘치던 날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나는 ‘작가님’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기대감으로 며칠을 기뻐했다. 하나의 꿈을 이룬다는 것은, 수많은 날의 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였다. 다만 내 글이 조금은 대단한 줄 알았던 오만한 착각 때문에 나는 쉽게 기뻐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이루겠다는 열망으로 시작한 브런치였다. 내 글이 라이킷과 응원을 받지 못한다는 벽을 실감한 날, 다른 반짝이는 글들 사이에서 나의 열망은 서서히 빛을 잃었다.


‘나는 작가가 되지 못하겠구나.’

밥 먹듯 쏟아내는 필력이 없었고, 생활의 사소한 이야기가 통찰력으로 이어지는 영감도 부족했다. 세상을 감성적으로 바라보는 애매한 재주로 글쓰기를 사랑했지만, 나에게는 직장에서 끝내야 하는 일과 쌓인 마음을 집으로 들고 오는 습관적인 저주가 있었다. 글이 써지지 않아 애태우던 어느 날, 나는 차분하게 글을 쓰기에는 치열한 삶이라고 단정 지었다. 오늘은 직장에서 일이 많아 피곤했고, 오늘은 내일의 걱정으로 마음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고, 오늘은 고질적인 편두통이 다시 심해져서 쉬어야 했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로 될 만한 핑계가 많아서 다행이라고까지 생각하며 괜히 안도했다. 내가 작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침대 밑의 먼지처럼 엉켜서 복잡하게 부피만 늘어갔다. 애써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아낼 수도 없고, 시작이 어디였는지 실체도 알기가 어려웠다.


한 해가 다 지나가서야 사실은 나의 노력과 실력의 부족이라는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복잡하지 않은 이유였다. 처음부터 없었던 독자에게 상처받은 나를 괜한 핑계로 다독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작의 기쁨이 쓸데없이 창대했기에 이번에는 겸손한 자세로 재시작하기로 했다.

우리가 잠들어있는 동안 현실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경험한 것을 ‘꿈’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오늘의 내가 쫓아가지 못해 작가의 삶도 나에게는 여전히 다른 세계에 있는 ‘꿈’이다. 다시 불붙은 열망으로 수많은 날을 밝혀가다 보면 그 합으로 한 사람의 라이킷을 더 받는 날이 오겠지. 다른 세계에 가까워지는 기적 같은 날들도 오겠지. 정말 ‘꿈’만 같은 삶도 살아갈 수 있겠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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