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 세이슈 <소년과 개>
늘 바라보지만 원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개들은 항상 주인을 바라보고 있다. 주인이 뭘 하든, 어디에 있든 그 곁에 머문다. 그리고 물끄러미 주인을 바라본다. 그것만으로도 사람에게는 든든한 응원이 되는 걸까. 개들은 왜 그렇게 주인을 사랑하는가. 개에게 어떤 힘이 있어서. 나는 동물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궁금하다. 동물들의 사랑을 배우고 싶다. 그저 온전히 내 존재를 상대에게 던지는 것. 상대에게 요구하지도, 바라지도 않고, 상대를 고치려거나 바꾸려 하지도 않고 그저 오롯이 그 실존만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가능한 일일까.
고통 속에서 일으켜 세우는 사랑
‘다몬’이라는 개.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개인지 알 수 없지만 일본 전역을 다닌다.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주인과는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다몬. 만난 주인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다몬’은 분명 누군가를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 분명하다. 이 개의 방랑과 떠돎은 311 동일본 대지진과 깊은 연관이 있다. 대지진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개의 원래 주인도 그중 한 명이다. 개를 통해 치유받고 개와 진한 사랑을 나눈다.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고 무력해지는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그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사랑이다.
2020년 나오키상 수상 작품. 다몬이라는 개와 사람의 사랑을 그린 짧은 여섯 편 연작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