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 <두 번째 글쓰기>
잘 듣는 일, 잘 묻는 일
1. 예전에는 단지 잘 물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할 때 중요한 점은 허점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상대에게 만만히 보여서는 안 된다. 당신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나는 이렇게 흐름을 잘 짚어가고 있고, 게다가 예리하고 날카로운 문제의식까지 가지고 있다, 고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을 잘 짚어내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많은 말의 무더기 속에서 본질과 비본질을 가려내는 것은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잘 묻는다는 것은 잘 듣는 일이며 상대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함께 쪼그리고 앉아 모래 속의 진주를 하나씩 들춰보는 심정으로 함께 머무르는 일이다. 그래서 잘 묻는다는 것은 집중해야 하는 일이며 때로는 지난한 일이기도 하다. 명쾌하고 명료한 스타카토가 아니라 마음속으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느리게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콤마, 말줄임표 같은 일이다.
인터뷰를 하고 와서도 그 말줄임표는 계속된다. 그러기에 어려운 일이다.
인터뷰어에게 필요한 덕목
2. 희정의 <두 번째 글쓰기>를 읽고 나서는 조금 두려워졌다. 내가 과연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단시 일 때문에 이들에게 필요한 것들만을 취조하듯이 캐어 가지는 않았는가.
인터뷰어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덕목들이 있었으나. 책을 읽고 난 후에 다른 하나가 더 크게 추가되었다. 참을성이다. 내가 기대했던 말이 나오지 않았을 때 실망하지 않는 참을성, 내 질문에 답하기까지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줄곧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인터뷰 후를 생각할 수 있는 참을성. 그 참을성이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라는 말로도 바꿀 수 있겠다.
결국 인터뷰라는 것도 인간의 일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