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랭의 <이상한 날씨>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1.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누구나 다 자기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른다. 세상의 기준과 평균, 관심사에 맞춰 자신의 꿈, 이상, 방향을 조정하기도 하고 자신의 취향보다는 타인의 기준, 타인의 평가를 더 의식하며 살고 있는지 않은가.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여 가만히 생각해볼 일이다.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잠시 서서 나를 한번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내 인생의 좌표를 찾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때로 세상의 기준과 부합하지 않을 때도 있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견뎌야 할 때도 있다.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비난과 멸시,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고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예술은 나를 확장시킨다
2. <이상한 날씨>는 영국의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인 올리비아 랭의 에세이집이다. 세상의 모순과 편견, 억압, 차별에 저항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온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예술이 이 시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일깨워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다 갔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 번쯤 들어본 예술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낯선 이름들이다. 성소수자나 퀴어 예술에 평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겠지만, 나는 무척 생소했다. ‘굳이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하면서 책장을 덮어버리면 나의 세계는 그만큼 좁아진다. 책을 읽는 행위는 내가 몰랐던 세상,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알고자 하는 건데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모든 예술작품이 다 쉬운 것은 아니다. 세잔이나 모네와 같은 그림도 있지만 데이비드 워나로비치, 데릭 저먼과 같은 성소수자의 예술 세계도 있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려면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듯, 예술가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 예술세계에 관심을 가지려는 것도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타인의 세계를 이해해야 하는가. 그럼으로써 세상은 좀 더 나아지기 때문이다. 편견과 혐오를 줄이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 이 세계를 당장 나아지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물론 예술을 모른다고 해서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깨어있고 살아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를 키우고 확장시킨다.
“예술은 마음의 문을 열고 ‘나’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예술은 바로 그런 것이다. 세상을 사는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그들의 상상력도 함께 따라온다. 시대와 역사와 개인의 인생사를 막론하고 다가올 인생은 제압할 수 없다. 마치 세상에 빛과 어둠이 깔리는 것처럼.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활기찬 상상력과 함께 그 빛과 어둠을 넘나들 수 있을 것이다.” -엘리 스미스(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