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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Feb 13. 2022

[한줄책방]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은유의 <다가오는 말들> 


글쓰기는 삶을 살아내는 과정     


1. 이 대목을 읽고 윤동주의 <쉽게 씌여진 시> 중 한 대목이 떠올랐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맞다. 삶이 간단한 것이 아닌데 글이 쉽게 써질 수가 있을까. 글을 쓰는 행위는 삶을 살아가려는 몸부림이다. 삶을 이해하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다. 비문과 오류를 피하고 정확한 표현을 구사하며, 수사의 호응을 고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왜 써야 하는가의 문제를 먼저 찾는 것이 어렵다. 나에게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의 문제가 늘 어렵다. 그 질문은 나는 왜 쓰는가, 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2. <다가오는 말들>은 은유 작가가 글쓰기 수업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나 책을 통해 만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모은 산문집이다.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일은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한 번도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많은 노력과 연습이 요구되지만 당장 내 생계가 달린 것처럼 절박하지는 않(다고 여기)기에, 그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려 한다.      


남의 입장에 서보는 것은 참 지난한 일이다. 어쩌면 나는 진심으로 누군가의 입장에 서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온전히 비워야 가능한 일이기에 나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내 생각에 사로잡혀 그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나 더 나를 비워내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야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사람마다 정신적인 ‘늙음’이나 ‘노화’를 판별하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남을 이해하는 노력을 그만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다른 누군가의 교감과 소통, 공감을 통해서 새로 태어나고 거듭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 없고 귀찮아질 때 이런 책을 읽어보는 것도 때론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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