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메싱의 <보이지 않는 고통>
청소노동자는 ‘당연히’ 보인다.
1. 청소노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실제적으로는 보인다. 중요한 건 우리가 ‘보이지 않는 척’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너무나 공감한다. 우리 회사에서도 청소하는 여사님들이 계신다. 그들을 회사 복도나 화장실 근처에서 마주쳤을 때 대부분은 손에 걸레라든지 쓰레기, 그 밖의 청소 집기 등을 들고 있었다. 인사는 깍듯하게 하지만 그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다. 왜 생각해본 일이 없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냥 별 생각이 안 들어서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들의 일을 무시해서거나 내 일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일단 그렇다고 해두자.
뒤이어 나오는 문장이 나를 철렁하게 한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도 그들의 업무 중 하나다. 그들은 시민들이나 직원들이 많이 오가는 로비나 카페 등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의 업무공간인 화장실이나 작은 휴게실에서만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소소한 정보들을 나눈다. 어쩌면 너무나 익숙해서 나 역시 그게 한 번도 이상하다거나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지 모른다.
중요한 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당연히 그들은 우리 눈에서는 ‘걸리적거려서는’ 안 되는 존재, 깨끗하고 빛나는 공간에서는 이질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겉으로는 인권, 평등, 복지를 부르짖지만 내 눈에서는 그들을 어느새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 나 자신을 알아차린다는 것이 불편하고 껄끄럽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그런 질문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
2. <보이지 않는 고통>은 여러 산업현장에서 물리적인 위험이나 질병, 스트레스, 신체적 고통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고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에야 산업재해니, 업무상 스트레스, 작업환경이라는 개념이 통용되고 있지만 이 책은 이미 1990년대 유럽과 북미권의 노동자 환경 문제와 젠더의 차별 문제를 진단하고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분명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되어있는 노동자들의 고통, 위험, 질병, 스트레스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은 아니다. 언제 어디에선가 뉴스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소식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뉴스가 대개 어떤 결과나 사건 등의 보도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현재에도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위험과 질병에 노출되어있는 노동자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내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이고, 연락이 뜸해진 내 사촌의 사례일 수도 있다. 그들의 현실을 똑바로 보려는 눈을 갖지 않는 이상, 그들은 영원히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