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용의 <마흔의 단어들>
나이 들수록 ‘거리’ 지키기
1. 적절한 거리를 지키는 게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너무 가까워도 부담스럽고 너무 멀어도 소원하게 느껴진다. 적절한 거리를 지킨다는 것은 나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상대를 지켜주는 것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 예의를 알아간다는 것인데, 그 예의가 ‘거리’라는 것을 알겠다. 장작불을 지피기 위해서 땔감을 놓을 때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 그 속에 공기가 들어가서 불이 더 잘 붙는다고 한다. 우리 삶도 비유하면 그 숨 쉴 공기가 예의이자, 거리가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어서 욕을 먹는 경우는 대개 이 ‘거리’를 망각하는 경우다. 내가 더 나이가 많다는 오만, 내가 윗사람이라는 착각. 내가 더 많이 알고, 살아봤다는 헛된 자신감이 상대와의 거리를 사정없이 무너뜨린다. 모든 사람들 사이에는 지켜줘야 할 거리라는 게 있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것을 무시하고 뭉개 뜨려 한다. 그래서 일부 어른들은 꼰대라고 욕을 먹고 비난을 받는다.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늘 자신을 돌아본다. 거리를 재보기 위해서는 항상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봐야 한다. 예의는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지켜야 하는 것이다.
삶도 매일 연습해야 한다
2. 이 책의 주제를 한 단어로 하면 ‘어른답게 나이 들어가기’이다. 동서양 철학과 심리학, 문학의 텍스트 속에서 나이 들수록 가슴에 새겨야 할 금과옥조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놓았다.
철학과 인성 수련 등을 통한 자기계발서를 보면 유독 ‘마흔’이 많이 나온다. 마흔에 읽는 고전이랄지... 마흔에는 무슨무슨 책을 읽어야 한다랄지, 마흔부터는 무슨무슨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등등. 자기계발서에는 왜 마흔이 많이 나올까 궁금했다. 이 책 역시 <마흔의 단어들> 이잖는가. 도대체 마흔에 뭐가 있길래.
<논어>에서는 마흔을 ‘블혹’이라고 했다. 미혹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마흔은 이미 완성형이란 말인가. 나는 아직도 이렇게 흔들리고 궁금한 게 많고 삶은 의문투성이인데? 하지만 인생의 궁금증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마흔은 오만해지고, 세상이 만만 해지는 나이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 마흔이라는 나이는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있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연령대니까. 그래서 더욱더 공부가 필요한 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의 삶에 안주해버리기 좋은 나이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본다. 나는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나잇값을 하며 살고 있는지 되새겨본다. 삶도 매일 연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