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의 <간디자서전- 나의 진리실험이야기>
간디가 '마하트마'인 이유
1. 간디가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로 불리는 까닭은 한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완전한 진리의 세계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간디는 만나는 사람마다 겸손하고 진실하게 대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무수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 사람은 우주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우주를 만나는 일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내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이웃들이다. 나는 때로는 그들을 미워하기도 하고 혐오하기도 하고 불편해하기도 한다. 샤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는데, (물론 이 말 역시 액면 그대로의 지옥은 아니지만) 간디는 한 개인을 업신여기는 것은 온 세계를 해치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 개인의 확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 한 개인을 해치는 일은 온 세계를 해치는 일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그만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독자성은 왜 존중되어야 하는 걸까? 단순히 고유하기 때문에? 내가 아닌 타자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이 곧 나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이라서 그럴까. 간디의 사상은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존중했던 근대 서구의 계몽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간디의 이 한 구절은 내게 화두가 된다. 단순히 내가 존중받기 위해서 남을 존중하라거나, 우리 모두가 하나의 인격체라는 말로 단언하기에는 뭔가 조금 아쉽다. 평생을 종교인으로 살아온 간디의 세계는 깊고도 심오하다. 그가 만난 한 사람의 우주, 한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일까. 그것을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에 따라서 우리 삶도 달라질 것이다.
간디는 완벽하지 않았다
2. 이 책은 간디가 쓴 자서전이다. 최근에 읽었다. 부제를 눈여겨봐야 한다. 나의 진리실험이야기. 서문에서 간디는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쓰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인생에 걸쳐 했던 수많은 실험이야기를 적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간디가 평생에 걸쳐 했던 실험은 많다.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견지했던 태도나, 약물대신 흙치료나 물치료를 하는 등 자연 치료법을 시도했던 것, 자녀를 교육기관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치는 것, 공동체 생활, 스와라지(자치주의) 등을 통해 간디는 자신이 평생의 화두로 삼았던 아힘사(비폭력), 브라마차리아(절제, 금욕), 사티아그라하(비폭력 저항)를 실천하려 했다.
간디의 모든 실험에 다 동의하고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시대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간디가 위대한 이유는 한 개인의 우주와 세계를 바라보고 혼란한 이 세계에서 평화를 실천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간디는 완벽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노력했다. 물론 그에게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흑인을 차별한 것이나 영국군으로서 전쟁에 참여해 훈장을 받은 것, 브라마차리아를 이야기했으면서 소아성애로 보이는 행위들 한 것들은 이중적인 간디의 모습으로 지적되기는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을 하나의 단어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 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극히 단순한 거 같다가도 너무 복잡해서 알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완벽한 사람만이 칭송의 대상이 되는 걸까. 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으며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디도 아마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진리를 찾아가는 자는 티끌보다도 겸손해져야 한다. 세상은 티끌을 그 발 밑에 짓밟지만 진리를 찾는 사람은 티끌에게조차도 짓밟힐 수 있을 만큼 겸손해져야 한다. -<간디자서전> 서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