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 <한동일의 공부법>
모든 시작은 제 나름의 의미가 있다
1.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었던 명언이다. 너무 많이 들어서 진부하게 느껴졌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중요한지는 알지 못했다. 그 말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일단 시작해라.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하고, 운동을 하고 싶다면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이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저 관념으로만, 희망사항으로만 그친 경우를 얼마나 많이 겪고 보아 왔던가.
시작하되. 끝을 봐야 한다. 물론 피치 못할 경우에는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그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다시 또 시작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작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와 더불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남은 단추도 원활하게 수월하게 꿰는 작업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못 꿰었다면 그것을 깨닫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모든 시작은 의미가 있고, 헛되지 않은 것이다. 머릿속의 관념일 때는 아무런 힘이 없다.
진심에서 진심으로 전해지는 진심 체험
2. 작년 초에 이 책을 읽었다. 딸아이가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시간을 추천해줬는데 나는 어쩌다 보니 이 책부터 읽게 되었다. 불우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한국인 최초 바티칸 변호사가 된 한동일 교수의 공부 철학을 담긴 책인데, 나는 이 책을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해 젊음을 시작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성인들도 읽고 지침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내게 많은 힘을 주었다. 힘이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저자의 진심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그냥 판에 박히고 멋진 미사여구를 갖다 썼는지, 혹은 피눈물 나는 진심으로 한 글자 한 글자판에 박듯이 썼는지 느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진심을 진심으로 느꼈다. 책을 읽는 체험에서도 진심 투 진심은 진심 중요하다.
조금 더 젊은 시절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잠시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만날 때에 만난 것이다. 이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지금이었던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 책을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것이 중요하다.
‘힘들더라도 일단 시작한 건 어떻게든 끝을 맺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결정으로 생활양식이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작년 초, 이 구절을 포스트잇에 써서 책상머리에 붙였다. 이제는 정말 뭔가 끝까지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예전에는 결과에만 연연했으나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결과는 그저 결과일 뿐, 나는 그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 나에 도전하기 위해서 또 시작하고 매일매일 뭔가를 해 나간다. 이 책은 나를 많이 바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