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열정을 이어가는 데는 각별한 노력이 든다
1. 열정이란 무엇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뜨겁다는 건, 열심히 하려는 마음, 늘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최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면 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려는 정성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때 열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열정적이기는 힘들다.
열정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는 각별한 노력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한 특정한 대상이나 행위에 열정을 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오래 지속시키기란 쉽지 않다. 열정은 한때 확 타올랐다 거품처럼 꺼지는 일시적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삶에서 뭔가를 이루었거나 성공한 사람은 분명 열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열정은 오래오래 지속되는 것이어야 한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 아니라 끝내 꺼지지 않는 잔불 같은 온도라 해도 좋다.
열정은 지속하려는 마음이다. 그리고 습관이다.
자기 자신과 글쓰기를 향한 지독한 열정
2. <단순한 열정>이라는 제목은 열정의 성격을 잘 나타낸 표현이다. 열정은 단순해야 한다. 열정은 복잡할 리 없다. 복잡하게 되면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고, 그러면 열정적일 수 없다. 열정은 아주 단순하고, 본질적으로 순수하게 자신을 나타낸다.
<단순한 열정>은 작가가 1991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며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 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反) 감정소설이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분량은 얇아서 읽기에는 부담 없다. 아니 에르노의 연애 이야기인 줄 알고 이 책을 접어든다면 살짝 당황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사랑하는 남자와의 시시콜콜한 사랑이야기나 에피소드 등은 없다. 분명 사랑하는 그 남자는 등장하지만, 그 열정이 꽂혀있는 지점은 아니 에르노 그 자신이다.
그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애정, 글쓰기에 대한 집착, 삶에 대한 열정... 나는 이 책을 그렇게 읽었다. 이성과의 사랑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사랑이야기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도중 진저리가 났다. 지독한 사람. 그런데 참으로 지독하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