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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Mar 15. 2022

[한줄책방]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진화하는가?     


1. 권력이 자기 자신을 향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권력은 전봇대만큼이나 긴 숟가락이나 마찬가지여서 그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밥을 떠먹어줄 수 있을 때 그 효용가치를 발휘한다.  그러나 역사상 대부분의 권력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또는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그 숟가락을 마음대로 변형하거나 독점한다.      


권력을 왜 행복으로 전환한다? 그것은 인식의 패러다임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의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은 근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권력자는 권력자일 뿐이었다. 인류사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투쟁, 침략, 수탈도 권력 쟁취의 역사였다. 그렇다면 인권, 행복, 복지, 상생의 개념이 도입된 현대에서는 다를까? 과연 사피엔스는 진화하는가?           



“나는 이 책이 독자 스스로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또한 이 같은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머리말 중     


2. 인간은 어디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진화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책. 보잘것없는 유인원 중 하나였던 사피엔스가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막대한 권력을 차지하기까지는 ‘언어’와 ‘허구의 힘’이 강력한 동력이었다고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며, ‘허구의 힘’은 나라나 종교, 과학, 자본주의 같은 허구적 질서를 말한다. 얼굴도 모르고 서로의 존재도 모르는 막대한 숫자의 사피엔스는 허구 속의 신념, 질서를 믿고 그것을 실행하게 되면서 인류사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더러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인간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처럼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다. 어쩌면 나 역시 인간이기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은연중 확대 해석하거나 변호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에 정의란 없다’는 주장 역시 최근의 국내 정치나 국제 정세를 보면서 다시 한번 역사 속의 개인과 개인이 모여 만든 역사를 생각해 보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여러 가지 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거나 이야기할 주제가 많은 책이다. 화폐나 종교, 생명공학, 과학윤리 등 어느 한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봐도 무궁무진하겠다. 이 두꺼운 책은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 사피엔스의 행복을 다룬다. 


행복은 너무 방대하고 난해한 주제다. 한편으로 행복은 아주 단순할 수도 있다. 뇌과학에 의하면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 작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일까? 그것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다. <사피엔스>는 이렇듯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떠난다. 이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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