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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Mar 16. 2022

[한줄책방]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힘

문광훈 <예술과 나날의 마음>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 


1. 우리는 대개 눈앞의 현실을 사는데 급급하다.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 못한다. 취업, 통장잔고, 교육, 이사, 쇼핑, 재테크, 누군가와의 소소한 시비... 물론 일상의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거기에 함몰되는 것이다. 그 세계만이 전부인 줄 알고 울고 웃는다. 그러다 진창에 빠지기도 한다. 진창에 빠진 현실은 우릴 구원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상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상은 몽상이나 공상과는 다르다.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 힘을 믿는 것이다. 예술의 힘은 이때 발휘된다. 예술은 우리에게 다른 시각, 다른 시선을 선물한다. 내가 보지 못하는 다른 세계,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과 가능성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그걸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안목은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어쩌면 지루하기까지 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 굳이 먹고 살 일도 아닌데, 이걸 왜 해야 하나... 싶다. 함몰되지 않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다. 더 나은 우리가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위해서다.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는 책      


2. 문광훈 교수님의 미학 에세이는 작년 초 <가장의 마음>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교수님의 글은 내게 깊은 강과 같다. 소리 내지 않고 유유히 흘러가는. 그 끝이 어디인지는 명확히 보이지 않지만, 그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분명 새로운 지평을 만난다.      


작년 <가장의 마음>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것이라 밑줄을 시원스레 죽죽 긋지 못했다. 미련 남은 마음처럼 플래그만 여기저기 붙여놓았다. 이번에 읽은 <예술과 나남의 마음>도 우연찮게 또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죽죽 긋고 메모하고 싶은 마음이 넘치지만 공공의 재산이기에 약속은 지켜야 한다.      


...‘우리의 삶에 쇄신이 필요하다면 지금의 생활을 정녕 쇄신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이 모든 쇄신의 출발점은 나 자신에 대한 나의 관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모든 것은 ‘내가 나 자신과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 그리고 ‘이 관계를 어떻게 조금 더 나은 수준에서 조직해갈 것인가’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여러 일 가운데 ‘멈추고 돌아보고 잊는 것’은 그 핵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p. 154      


가슴에 담고 싶은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3장 <시와 미의 철학> 부분은 어려웠다. 대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서 읽다 보면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다. 이런 믿음이 나를 나아지게 만드는, 가능성의 믿음 아닐까.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미학과 철학, 시 등은 몇 번 읽었다고 이해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확실한 건, 분명 그만한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은 시간을 들여 찬찬히 음미하고 생각하고 사유할 때 내 삶과 우리의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든다. 이러한 노력들이 나를 조금 더 진실한 인간이 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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