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 <소중한 경험>
남이야 이해하든 말든
1. 내 감정을 입 밖에 꺼내면 반은 치유가 된다. 실제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인지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그냥 숨기려하거나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무 과장되게 확대시켜 수선을 떨기도 하지만 때로는 별 것 아닌 걸로 치부하고 그냥 꽁꽁 싸매서 깊은 곳에 처박아두려한다. 하지만 상처나 고통은 모른 채 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굼실굼실 더 크게 자라나 나중에는 나를 잡아먹는다. 그때그때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표현해야 하고, 표현되어져야 한다. 남이 이해를 하든 말든 그것은 부차의 문제다. 왜냐하면 표현했다는 자체만으로 우리는 인정받고 자신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는 답을 자신이 찾아가게 된다.
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다. 자신이 찾는 것이다. 어쩌면 정답은 없을지 모른다. 그 과정만이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닐까.
독서라는 소중한 경험, 날카로운 도끼
2. 소설가 김형경의 독서치유 에세이 <소중한 경험>을 만난 것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 권의 책이 사람들을 치유하고 쓰다듬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허나 가끔, 책을 읽는다는 건 위험한 행위다. 내 생각을 뒤흔들기도 하고, 내 삶에 균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책 한권을 읽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균열된 마음에서 삐져나온 나의 뇌수를 바라보고, 인지하고 표현하는 게 독서의 핵심이다. 독서의 치유법이다.
이러한 독서치유는 여러 명이 하면 좋다. 사람은 책을 통해서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경험, 이해, 공감, 조언에서 더 많은 위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아프게 성장하는 것.
그러나 뒤돌아보면 그곳엔 단단한 나이테가 한줄 그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김형경이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가 지닌 내면의 힘과 내공도. 독서는 이렇게 하는구나. 책은 내 마음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라는 카프카의 말도 내 가슴을 기쁘게 내리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