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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Mar 30. 2022

[한줄책방] 사는 만큼 쓰고, 쓰는 만큼 산다

장석주 <새벽예찬> 


오로지 내가 겪어내야 하는 삶      


1. 삶에서 글이 나오기 때문이다. 삶이라는 건 무엇일까. 삶은 생각이다. 글이 생각을 문자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글이 곧 삶이고, 삶이 글이라는 것은 더 붙일 것도 뺄 것도 없는 명확한 진리다.  

   

글은 기교가 아니다. 생각이나 사유가 기교로 다듬어지지 않듯 글에서도 기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망치는 길이 된다. 또한 글쓰기가 부단한 연습과 퇴고를 거쳐 완성된다면, 이러한 글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것도 내 삶이다.      


그렇다고 누구의 삶을 닮거나 모방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또 글쓰기의 생생한 힘이 사라진다. 자신만의 삶이어야 한다. 오로지 내가 겪어내고 살아낸 삶이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수긍하고 공감한다면 자, 이제 쓸 일만 남았다.           



그 또한 내 시간인 것을      


2. 장석주 작가는 책을 많이 냈다. 내 집에도 그의 책이 몇 권이나 있다. 굳이 컬렉션을 하려고 의도한 것도 아닌데 드문드문 사모은 책들이 여러 권 있다. 사지 못한 책들은 더 많다. 그만큼 그가 부지런히 글을 썼다는 반증일 것이며, 쓰고 읽는 삶이 그의 시간을 가득 채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시간을 보냈기에 ‘사는 만큼 쓴다’는 준엄한 진리를 터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벽예찬>은 일부러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에 읽었다. 4~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아침 식사 준비, 아이들의 등교 준비 등 본격적인 분주한 하루가 시작되기 전, 이부자리에서 2~3장씩 읽고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 공기처럼, 안개처럼 내 하루를 은은히 감싸주는 힘이었다. 2~3회 완독 했던 것 같다.

      

책에서  표현된 작가의 은둔에 가까운 삶은 고요하고 정적이고 시적이었다. 그에 반해 나의 삶은 너무 일상적이고 산만하고 두서없었다. 특히 당시의 나는 병렬형 구조 같은 무색무미의 내 생활이 불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또한 내 삶이었던 것을. 고요히 침잠하려는 찰나,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책장을 덮고 주방으로 나가야 했던 그 시절의 권태와 따분함, 지루함이 이 책에 이제는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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