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긴 호흡이 필요한 일
1. 단편소설이 하나의 작품이라면, 장편소설은 삶의 방식이다. 단편소설이 일상생활 속 취재와 습작, 독서 등의 여러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라면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삶 자체를 아예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몰입과 집중이 필요한 일이라는 얘기다.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 있다. 하루에 단박에 배울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야 되는 일. 그런 일들은 의도치 않게 내 삶을 바꾸기도 하고, 나를 바꾸기도 한다.
내가 지금 공을 들여 몰입하고 있는 일, 그것이 곧 나다.
위에서 소개한 글은 이 책의 저자가 쓴 글이 아니라 미국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토니 케이드 밤바라’라가 쓴 글의 일부다.
‘사실 난 많은 사람들이 여성 작가의 집필 습관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 전까지는 그러한 우려를 표하기 전까지는 그러한 우려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엄마 노릇을 하면서 다른 모든 일들을 어떻게 해낼 수 있나요?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당신의 요구에 친한 친구들이 화를 내지는 않나요? 고독한 글쓰기에 몰입하는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걱정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글쓰기는 내 인생의 중심 활동이 아니었다. 단편 소설은 이동하면서도 쓸 수 있었다. 운전하면서 농산물 직판장으로 가는 길에도 머릿속으로 소설의 기본적인 윤곽을 잡고 항공사의 전화 응답을 기다리는 동안 대사를 쓰고, 딸아이의 당근 케이크를 만들면서 핵심 장면을 대략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한밤 중에 초고를 완성하고 세탁기를 돌리면서 편집하고 집회 전단지를 인쇄하면서 원고를 복사했다.
하지만 장편은 다르다. 장편을 쓰려면 보통 오랫동안 다른 일을 중단해야 했다. 독서와 간간이 강의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간단한 업무상 쪽지도 하나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작업에 사로잡혀 인간관계에 소홀해졌다. 단편소설이 하나의 작품이라면 장편 소설은 삶의 방식이다.’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2. 작가, 화가, 다큐멘터리 감독, 작곡가 등 여성 예술가들의 일상 루틴과 삶의 방식,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적은 책이다. 예술가마다 그 양상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은 예술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가사, 육아, 출산 등 가정 내 아내의 영역으로 이름 지워진 현실적인 일들 사이에서, 그 많은 여성 예술가들은 어떻게 훌륭한 작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하루하루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