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조금씩 다른 행복의 정의
1.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가끔 무시되는 것들. 존엄, 존경, 욕망, 희망, 바람, 꿈... 그것은 타인에 의해 무시되기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에 의해 부정당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본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미세하고 조금씩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행복에 정답이 어디 있나. 노인이 생각하는 행복과 젊은이가 생각하는 행복은 다를 수 있듯. 어쩌면 벚꽃 엔딩을 맞고 싶은 것이 나이 든 자의 행복 아닐까.
어쩌면 사랑은 가장 남루하고 비루한 곳에서
2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해서 더욱 화제를 모았던 <자기 앞의 생>. 이 책은 열한 살 ‘모모’의 눈으로 본 사랑과 행복 이야기다.
모모는 자신을 돌보아주는 늙은 여인 ‘로자 아주머니’를 지극히 사랑한다. 로자 아주머니는 지병으로 곧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녀를 요양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한다. 로자 아주머니는 안락사를 원하지만 안락사가 불법인 프랑스에서 모모는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은 ‘삶의 연장’ ‘식물인간의 삶’을 막기 위해 모모는 그녀를 탈출시킨다. 모모는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간 상처를 안고 있는 60대 유태인 여자 로자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부모에 의해 버려진 채 로자에게 자라난 이슬람 소년 모모. 서로 종교와 언어와 문화가 다른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서로의 언어로 서로의 신에게 기도한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가장 남루하고 비루한 곳에서, 상대가 믿는 종교와 믿음을 위해 상대의 언어로 기도하는 것 아닐까. 그곳에서 사랑은 찬란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