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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Sep 05. 2020

10. 원더풀 라이프 (1998)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 해 주세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이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테라지마 스스무, 이세야 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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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 해 주세요.”


어제 죽은 당신이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 질문을 듣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년 전에 본 이 영화의 장면들이 최근 들어 왜 자꾸 떠오를까.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솔직히 나는 잊고 싶은 기억이 거의 없다. 내가 선택했던 모든 순간들이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거름이라고 생각하면서 좋든 싫든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그렇게 많고 많은 기억들 중에 좋은 기억이 어디 한둘이랴. 이 중에 단 한가지 기억을 고른다면 영화에서 주어진 7일이라는 시간이 나에겐 너무 길게 느껴진다. 오히려 빨리 하나를 정하고 후회없이 죽음의 마지막으로 향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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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다면 어느 순간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인터뷰 형식으로 기억 선택의 과정을 겪는다. 유년시절 부모님과 함께했던 기억, 친구들과 보내던 추억,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누구나 공감할 선택이지만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뒷 이야기들이 사람마다 달라 감동을 준다.


특이한 점은 살아있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이미 사후의 인물들이 자신의 기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죽은 사실을 깨닫고 무던히 기억을 거슬러보는 장면들에서 최소한의 감정만이 드러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큰 울림을 주는 듯 했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고른 기억들을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재현한다. 세트를 구성하고 기억 속을 거슬러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여 특별했던 그 기억을 카메라로 남긴다. 사람들은 영화 속 어느 장면보다 꿈 속에 있는 듯 행복해 보였고, 떠나가는 영화관에서도 마지막까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50년이 지나서야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어.’ 하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가슴을 돌로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그도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였음을. 이 영화를 글로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영화가 끝난 후 줄거리보다 인물들의 대사나 표정 등이 더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보다는 내가 느낀점을 중심으로 짧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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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저 스쳐 지나갔던 순간임에도 누군가에겐 하루의 원동력이 되었을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음을 기억하자.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까지 간직 할 기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인생의 한 페이지를 그렸던 많은 만남으로부터 오늘의 내가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자.


#원더풀라이프 #고레에다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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