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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Sep 05. 2020

9. 판타스틱 소녀 백서 (2001)

이 세상은 나에게 관대하지 않아

감독. 테리 즈위고프

출연. 도라 버치, 스칼렛 요한슨, 스티브 부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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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Ghost World’ 이다. 한글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클루리스> 나 <퀸카로 살아남는 법> 과 같은 부류의 하이틴 영화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전체적으로 냉소적이고 어두운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회색 종이 위에 무신경한 듯 여러 물감을 튀겨 이 작품이 완성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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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주인공 이니드와 단짝 친구 레베카는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빈둥거린다. 첫 대사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둘은 어딘가 삐딱한 구석이 있다. 어느 카페에서 시모어라는 중년 남성을 알게 되어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긴 이니드는 그 때부터 그를 찾아다니며 같이 시간을 보낸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때로는 자신의 고민을 시모어에게 털어놓기도 하며 둘은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된다. 한편 레베카는 이니드와 같이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일도 하고 돈도 모으지만, 계속 방황하는 이니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대하고 둘은 점점 멀어진다. 여러가지 일들로 스트레스가 쌓인 이니드는 시모어와도 멀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화는 끝이 난다.


시모어는 수집에 취미가 있는데, 이니드는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개성있게 사는 그를 동경하여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런 시모어에게 여자친구가 생겨 이니드의 감정이 폭발하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족도, 친구도 자신을 몰라준다고 생각하여 기댈 사람이 시모어 뿐이었지만, 그에게서 마저도 허탈함을 느끼며 결국 그에게 돌이키기 힘든 실수를 하고는 그를 회피하게 된다. 처음 엉뚱한 십대의 모습과는 달리 결말부에서는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져 대비가 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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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공감하며 감상했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큰 메시지가 따뜻했다. 누구나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 조금 어색하거나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일반적인 상식 밖의 행위까지 허용하려는 것 같아 거슬리긴 했으나 충분히 주제 전달은 된 것 같아 괜찮았다.


그리고 영화에 나온 배우들이 너무 좋았다. 특히 스티브 부세미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데, 특히 코엔 영화에서 감초 역할로 자주 등장해서 알게 되었다. 분위기나 대사를 칠 때의 표정 하나하나가 어쩜 저렇게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는지 감탄하며 감상했다. 배경이나 소품도 마음에 들었다. 가끔 일탈하고 싶을 때 혹은 울적할 때, 인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서 감상해보시길.


#판타스틱소녀백서 #테리즈위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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