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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Sep 06. 2020

13. 접속 (1997)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

감독. 장윤현

출연. 전도연, 한석규,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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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한국 영화들은 정말 수작이 많은 것 같다. 접속은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독특한 색채를 띄는 작품이다. 포스터를 살펴보면 로맨스 영화 답지 않게 푸른빛으로 가득하다. 사이버 공간을 다루는 영화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는 필연을 주제로 하며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PD인 동현(한석규)과 청취자였던 수현(전도연)의 운명적인 만남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그린다.


동현과 수현은 각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아픔과 상처가 있다. 상처를 드러내고 견뎌내는 과정을 조용한 시냇물이 흘러가듯 담담하게 보여준다. 동현이 동료 직원과 겪는 에피소드에서 상처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담아두기만 했던 아픈 과거를 꺼내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수현과의 대화로 영화는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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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좋아했던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를 자주 만난다. 셋이 모두 친한 친구라는 점에서 놀랐고, 남자가 수현을 은근슬쩍 이용하여 여자친구를 대하는 부분에서 한 번 더 놀랐다. LP음반 가게에서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 지나쳤던 동현과 수현. 이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의 주제가 확실히 드러난다. 마지막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약속을 한 둘은 결국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약속 장소에서 만나고야 만다.


오프닝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영화를 본 후 극장 밖에서 비를 쳐다보는 동현과 곧이어 밖으로 나온 수현의 대치는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는다. 영화에서 둘은 3번 마주치지만 결국 마지막에서야 서로를 알아본다. 아슬아슬하게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으나, 한편으로는 마지막 만남에서의 무리한 영화적 설정은 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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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OST이다.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 워낙 좋아하던 음악이 영화 초반부터 흘러나와 영화를 집중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감성적인 멜로디가 영화 전체를 따스하게 감싼다.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느꼈다. 심지어 데뷔작인데. 영화를 본 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장면 하나하나가 자꾸 생각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묻어나오는 영화이니 꼭 봤으면 좋겠다.


#접속 #장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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