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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Feb 11. 2021

15. 미성년 (2019)

우리는 모두 아직 미숙한 존재들이다

감독. 김윤석

출연. 김혜준, 박세진, 염정아, 김소진, 김윤석, 이희준, 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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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배우님의 첫 감독 데뷔작이다. 원래 연극으로 쓸려고 한 각본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2019년에 좋은 한국 영화가 많이 개봉했는데, 그 당시에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감상하게 된 지금이나마 이 영화 또한 그런 흐름과 같은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는 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주리가 자신의 아버지 대원과 학교 친구 윤아의 어머니 미희와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는 오리고기 집에서의 흔들리는 카메라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다음날 학교에서 마주친 둘은 날을 세우며 말다툼을 한다. 아직 어린 나이에 자신들에게 닥쳐온 믿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잘 보였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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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은 세상 사람이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의문의 문자 한 통을 받은 후로 주위 사람을 경계하며 지낸다. 한 편 주리의 어머니 영주는 불륜 사실을 인지한 채 미희의 오리고기 집을 방문하는데 둘이 사소한 다툼을 하다 그만 희가 넘어져 임신한 그녀에게 문제가 생긴다.


결국 대원과 미희의 아이는 조산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안 주리와 윤아는 더욱 방황하며 각자의 부모님에게 울분을 터트린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영주이다. 자신도 마음 속에선 딸 주리와 같이 혼란스러워 어쩔줄 모르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주리를 챙겨주고 미희를 찾아가 상태를 살펴보기도 한다. 영주와 윤아가 카페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영주의 모습에서 깊은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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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은 집에서 쫓겨나서 먼 바닷가로 떠나지만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폭행을 당한다. 미희는 산후 자신을 보러 오지 않는 대원에게 상처를 입는다. 설상가상 태어난 아이가 죽어버리는데, 윤아는 아기 용품까지 준비하며 기대했던 남동생이 한 순간에 죽을 수 없다며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분노한다. 모든 폭풍이 지나고 주리와 윤아는 어느 빈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영화가 끝난다.


제목이 미성년인 이유는 아이든 어른이든 아직까지 우리 모두가 미성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른도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처음 맞는 시련들이 많을텐데 그 상황을 마주할 때면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처법이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더 넓고 깊은 생각을 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깨달은 후에야 비로소 홀가분한 듯 웃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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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이들의 제대로 된 본보기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며 윤아가 ‘힘든 삶을 살아갈거니까 각오해’ 라는 대사를 하는데, 당돌하면서도 가슴 아팠다. 어느 부모라도 자식이 바른 길로 가기를 원하고 조금 더 편한 삶을 영위하길 바랄 것이다. 그런 자식들에게 절대 무책임한 행동은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못 보던 신인 배우들이 등장해서 더 신선했다. 어른이든 아이든 그 나이대의 사람이 대처할만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어서 마음에 들었다.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고 앞으로 감독 김윤석의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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