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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Sep 04. 2020

3. 미스테리 트레인 (1989)

낯선 장소, 상대, 사건과 하룻밤 사이의 인물들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쿠도 유키, 나가세 마사토시, 스티브 부세미, 조디 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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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이다. 그의 영화를 보다보면 형용하기 힘든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무기력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치와 숨겨진 의미를 찾으며 감상한다면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짐 자무쉬 감독 작품으로 <패터슨> 을 리뷰하려고 했는데, 최근 본 이 영화가 너무 인상깊어서 바로 글로 남기기로 했다.


옴니버스적인 전개로 동시간대에 일어나는 세 사건을 다룬다. 전체적인 주제는 ‘엘비스 프레슬리’ 에서 출발하며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흘러가지만 사건의 연결성 때문에 각각이 크게 동떨어진 느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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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에서 미국 멤피스로 ‘엘비스 프레슬리’ 여행을 온 두 일본인 연인. 기차에서부터 그들의 목적지까지, 심지어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묵게되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대화는 어딘가 어긋나보이고 무미건조하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있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지만 그들은 호텔에서 밤을 보내며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두 번째는 로마에서 온 한 여인에게 일어난 신비스러운 이야기이다. 낮에는 식당에서 이상한 남자를 만나 돈을 뜯기듯이 하고, 저녁에는 호텔에 가서 수다스러운 낯선 여자와 같은 방을 쓰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와 통한다. 수다스럽던 여자와 막 헤어진 남자가 취기에 총을 들고 난동을 부리자 친구가 그의 지인을 불러 겨우 진정시키는 듯 하지만, 우발적인 사건이 일어나 일행 셋은 차를 타고 호텔로 도망쳐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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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 감독의 유머 코드는 개인적으로 나와 정말 잘 맞아서 이 영화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 넘쳤다. 특히 처음 일본인 연인의 에피소드가 굉장했다. 모든 씬이 다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둘의 연기까지 분위기와 잘 맞아 보는 내내 행복했다. 그에 비해 타 에피소드의 몰입력이 다소 약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전혀 부족하지 않았지만 첫 에피소드와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천국 보다 낯선> 이라는 그의 또다른 영화가 떠올랐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타인을 만나 낯선 사건을 겪게되는 흐름이 딱 저 제목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마치 우리에게 등장인물이 겪는 사건들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라는 듯이 거리를 두는 듯 했다. 실제로 감상자의 감정이 크게 개입되지 않은, 내용 그 자체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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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못 담아서 아쉬운 장면이 많으나 추리고 추려서 골랐다. 배경음악에 대한 부분을 일부러 하지 않았는데, 그냥 직접 감상하며 느껴보길 추천한다. 요즘같이 비오는 날에 보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미스테리트레인 #짐자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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