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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Sep 04. 2020

6.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 (1944)

행복의 나라에 산다면

감독. 빈센트 미넬리

출연. 주디 갈란드, 마가렛 오브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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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미넬리 감독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뮤지컬 영화 감독이다. 대표작으로는 <파리의 미국인> <밴드 웨곤> 등이 있다. 화려한 연출이 특징이며,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장점을 잘 살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사랑스럽고 따뜻한 분위기에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작은 아씨들> 같이 복닥복닥한 가족 구성원들의 소소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영화들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도 분명히 좋아할 것이다. 1944년 작품으로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놀랍게도 색감이나 구성은 현대 영화 못지 않다. 특히 그 당시 유행하던 뮤지컬 형식을 띄며 <오즈의 마법사> 로 유명한 주디 갈란드가 배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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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가 주된 배경이다. 그 당시에도 꽤 큰 도시였던 세인트루이스에 세계 최대의 축제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영화는 전반적으로 신나고 들떠있는 느낌을 준다. 분주한 도시 속 또 다른 분주한 가족이 있다. 네 자매와 한 명의 오빠, 부모님, 그리고 가정부와 할아버지까지 한 집에 살고 있는 대가족. 초반에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흔히 말하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띈다. 가족들은 그런 그를 배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들을 아끼는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도 한다.


집에서 파티를 열 때도 자매들은 서로 어울려 춤을 추는 화목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 파티장면이 매력적인데 놓치지 말고 볼 것을 부탁한다. 이웃집에 사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에스더(주디 갈란드)가 파티에 참석한 그와 마지막까지 남으며 집의 불을 함께 끄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 또한 적절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아름다운 미장셴을 보여준다. 할로윈에는 막내 투티(마가렛 오브라이언)와 막내 언니가 귀여운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족들은 이렇게 세인트루이스라는 정든 도시를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갑작스럽게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각자의 에피소드로 인해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 자신의 단호했던 마음을 바꾸고 결국 이곳에 머무르기로 결정한다. 영화는 1904년 화려한 박람회를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끝난다.


시종일관 미소짓게 만들었던 예쁜 대사와 장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영화의 OST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또한 귓가에 맴돈다. 주디 갈란드의 원곡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 들으니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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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은근히 드러난 남녀간의 차별을 여자 가족 구성원들이 당돌하게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과로 승화시켰던 것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점이고, 옛날이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예절이나 마음가짐은 역시 지금과 같구나 라는 것도 느꼈다. 우연찮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게 되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알맞아 크리스마스 영화로도 추천하고 싶다.


#세인트루이스에서만나요 #빈센트미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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