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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Sep 04. 2020

5.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이야기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바하크 아마드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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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름다운 영화가 한 편 있다. 숙제를 공책에 꼭 해 가야하는데, 친구의 공책을 가져가 버린 주인공 아마드가 공책을 돌려주려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짧은 이야기. 하지만 그 영화가 보여주는 아이의 모습에서 엄청난 여운을 느낀다.


감독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이란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로 사람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분이다. 이 영화도 실제로 비전문 아역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연기하였다. 첫 장면인 ‘교실’ - 아마드의 ‘집’ - ‘길거리’ 로 이어지는 아마드의 여정은 힘겹기 그지없다. 교실에서는 공책에 숙제를 하지 않은 아마드의 친구에게 선생님이 아이들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꾸짖기 바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아마드는 그 친구의 공책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친구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사정을 얘기하려는 아마드를 어머니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저 숙제나 빨리 하라며 다그치지만, 정작 그에게 갓난아이 보는 일과 심부름을 시키며 숙제를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아마드는 빵을 사러 가는 길에 친구의 집에 들렀다 오기로 결심한다. 이 여정에서 그가 마주치는 거리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아마드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어리고 길을 모르는 그의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속에서 욕이 나올 정도의 답답함이 계속되었다. 끝까지 친구를 찾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전율을 느꼈던 엔딩 장면에서 지금까지의 감정은 사라지고 웃음을 짓고있는 자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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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극심한 대비를 보여준다.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는 위선적이고 심지어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말을 거는 아이를 대놓고 무시하는 장면들이 너무 단순하게 연출되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것이 관객을 분노케 하고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게 하는 데 탁월한 장치였다는 점에서 수긍할 만 했다. 또한 노인분들이 아이를 대하는 구식 사고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아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 모든 감정은 마지막 30분에서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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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만드는 어느 할아버지를 만나 길을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앞서 보았던 어른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깊었다. 마지막까지 가장 현실적이고 아이다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영화의 ‘결’ 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상황에 맞는 음악의 사용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이 영화와 관련한 나머지 2개의 영화도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국가의 좋은 영화들이 너무나 많다. 아직 찾지 못한 영화가 많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내친구의집은어디인가 #압바스키아로스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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