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오전 시간을 활용해서 걷기 운동을 매일 30분 정도 하고 있다.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오늘 나를 자극했던 사람은 내 바로 앞에서 인도를 걸으며 담배를 피는 아저씨였다. 담배 냄새를 안 그래도 싫어하는데, 상쾌하게 아침 운동을 하면서 담배 냄새 맡기란 정말 끔찍했다.
하필 나랑 가는 길이 같아서 몇 분 이상 담배 냄새를 맡게 되자 속에서 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왜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냐고.."하는, 그 아저씨에게 닿지 않을 중얼거림 뿐이었지만 느낌상 분노 게이지가 만렙을 찍었다.
아저씨와 길이 갈리고서 스스로에게 '자, 혜은아, 폭력적인 생각을 멈추자. 이제 끝난 상황이야.'하고서도 불쾌한 느낌은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집에 다 와갈 때, 한 할머님이 인도의 모래를 빗자루로 쓸고 계신 걸 봤다. 부산에 며칠간 비가 많이 왔는데, 우리 동네가 흙투성이가 되었다. 행인들이 지나가면서 쌓인 흙을 밟고 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청소를 직업으로 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무래도 그냥 동네 주민이신 것 같았다. 행인들을 걱정하시는 할머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미소가 지어졌다.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그럴 순 없어 눈에 담고 지나왔다.
담배 피는 아저씨를 볼 때는 속으로 욕을 하던 내가, 청소하시는 할머님을 볼 때는 평온함을 느낀다. 그 두 사건은 나의 오늘 산책 30분 안에 벌어졌다.
나는 착할까, 나쁠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