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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Sep 06. 2021

이렇게 좋아해줘서 고마워

나는 초3에서 고2까지의 학생들을 커버하는 영어학원 선생님이다. 그러다보면 학생들이 묻는다.


"선생님은 어떤 학년이 제일 좋아요?"


대답에 앞서 고민이 되지만, 일단 나의 마음은 초등학생들 쪽으로 기운다. 이유는 가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스러운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5분 일찍 마쳤을 때, 초3 여학생 두 명이 칠판에 그림을 그리겠다며 앞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하트를 그리기 시작한다. 둘이서 눈빛을 교환하더니, 하트 안에 내 이름을 적어넣는다. 위의 사진이 그들의 첫 작품이다.


둘의 작품을 보고 나는 그 둘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랑스러움이었다.



다음 사진은 초3들의 두번째 작품인데, 이걸 그릴 때 나를 교실 뒤에서 뒤돌아보게 하고는 절대 칠판을 못 보게하더니, 둘이서 뚝딱 작품을 하나 만들었다. 내가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강아지 그림도 그려줬다.


그 정성이 고마워서 이 사진은 나의 핸드폰 배경 화면에 오랜 기간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나의 핸드폰 배경을 우연히 보게 된 초5들이 질투를 했다.


"저희도 선생님 그릴 수 있어요!!"


나를 모델로 해서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나왔다.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초5 학생들을 칭찬해줬다.

 

"선생님을 열심히 그려줘서 고마워!"


학생들에게는 부끄러워서 이렇게밖에 마음 표현을 못했지만, 순수하고 예쁜 초등학생들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얘들아, 선생님을 이렇게 좋아해줘서 고마워.'


이 말은 초등학생들에게 쑥스러워서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과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수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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