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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Sep 08. 2021

저는 명품을 사본 적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중2 학생들과 나의 전임자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 선생님은 진짜 부자 같았어요. 맨날 구찌나 프라다 같은 명품만 들고 다녔어요~"


그러면서 자기들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명품을 들고다니고 싶다는 말도 살짝 덧붙인다.




나는 명품을 사본 적이 없다.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도 아니고, 돈을 벌어서 나만 쓰다보니, 적금 넣는 액수만 좀 줄이면 돈을 모아서 명품을 살 수도 있는 입장인데, 나는 왜 명품을 사지 않을까.


일단, 내 취향이 마이너 한 지는 몰라도, 나는 명품 로고가 박혀있는 명품들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제일 좋아하는 가방 브랜드는 세인트스코트(St.Scott)이고, 옷 브랜드는 숲(SOUP), 리스트(LIST) 등이다. 내가 이 브랜드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의 품질이 보장되면서, 가방과 옷이 내 눈에 예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저축을 정말 좋아한다. 2년 정도 일을 했는데 이미 몇 천만원을 모았다(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는다). 지금 쌓고 있는 영어 티칭 실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르면 내 학원을 차리고 싶은데, 그때를 위해서 돈을 계속 모으고 있다. 미래에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미리 자금을 모아놓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명품이 가지는 가치가 과연 그 가격의 가치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은, 내가 굳이 명품을 들지 않아도 내가 입은 옷이, 내가 든 가방이 나의 가치로 인해 명품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명품을 살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들이 정말 많다.


예를 들면, 나는 독서 모임 멤버들과 영화를 보러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멤버들의 추천이 있으면 가격대가 있는 영화관에도 간다. 저번주 일요일에는 중경삼림을 그랜드 조선 부산 지하의 '오르페오'에서 봤는데, 돈을 투자한 만큼 깨끗한 음질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같은 날, 그랜드 조선 부산의 내부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본 해운대 뷰. 영화에 약간의 돈만 더 투자했더니, 하루종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명품을 사기 위해 내가 몇 달간 돈을 모으고 있었다면 못했을 경험들이다.



명품에 대한 생각들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하나를 사도 명품을 사는 게 가치가 있다는 입장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오늘 명품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모르겠다. 경제적인 자유가 느껴질 정도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나는 그때는 지금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때까지 내가 브런치에서 계속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기를 소망해본다.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오전에, 이 글의 조회수가 2000을 넘어섰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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