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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Apr 02. 2022

정이 많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이 단어들의 한계에 대하여

'정이 많은 사람'


언뜻 듣기에 참 따뜻해보이는 이 단어들의 한계를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정이 많기 때문이다.


안 지 얼마 안 되었고, 잠시 만난 관계라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고, 서로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나는 바로 경계를 풀고 그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고 그 사람을 챙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마음을 쓰다보면 알게 된다. 이런 호의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과 이런 친절을 경계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쉽게 나뉜다는 것을.


이걸 판단하는 순간, 나는 나와 비슷한 후자인 유형의 사람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만다. 내가 아무 뜻 없이 베푸는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호의를 돌려주는 그 유형의 사람들에게,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 되어 그들의 작은 일까지 챙기며 그들의 성공을 축하해주는, 그들의 편이 되어 있다.




하지만, '정이 많은 사람'인 나는, 이런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의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는 차갑게 마음이 식어서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다.


내 사람들만 챙기기에도 바쁜 삶이기에 나는 '정이 많아서', 그런 사람들에게서 마음을 쉽게 거두어들인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은 정말 한정적인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나의 모습이기에, 이 단어들은 한계를 가진다고.


하지만, 이 단어들의 한계 덕분에 나는 내 사람들에게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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