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중3들 수업 준비를 위해서 커피빈에 왔다.집 근처 커피빈에 벌써 몇 번째 방문인지 모르겠다. 원래 집 근처 투썸 플레이스를 아지트로 삼았다가, 커피빈이 생긴 이후로 커피빈에 거의 고정적으로 오고 있다.
내가 커피빈에 오면 시키는 메뉴는 늘 아이스 바닐라 라떼이다. 정말 향긋하게 맛있다. 하지만 이게 커피빈을 아지트로 삼은 이유는 아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내 모교인 경희대 앞에는 커피빈이 있었다(지금은 망해서 다른 카페가 생긴 걸로 안다). 나름 Hospitality경영학부 학생이었던 탓에, 요식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고자 커피빈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공부하러 올라간 그 때의 나는 정말 돈이 없었다. 어머님께 용돈을 어느 정도 받았지만, 늘 돈에 허덕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일할 때 즐겁게 앉아 커피를 마시고 조각 케이크를 먹으면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그들'이 나는 너무 부러웠다.
그 때는 아르바이트 시급이 정말 낮을 때여서, 커피빈 조각 케이크 하나가 거의 시급과 맞바꿀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랑 더치 페이해서 카페를 가는 게 아니면 조각 케이크를 시키지 않던 때였다.
사실 정말 나 스스로를 위해서 그러면 안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쓰러웠던 당시의 기억이 있다. 커피빈의 매장에 있던 손님들에게 보여지지 않는 내부 부엌에서, 손님들이 남기고 버리고 간 조각 케이크를 몰래 포크로 맛본 기억이 있다. 그때 그게 그렇게 맛있어 보였더랬다. 그러고는 혼자 비참해했던 기억이 있다.
집 근처에 커피빈이 생겼을 때, 나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때의 나를 치유하러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었다. 조각케이크와 바닐라라떼 제일 큰 사이즈를 시켰다. 그때의 나는 못 누렸던 여유를 즐기며, 그때의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게 어느새 습관이 되어, 수업 준비를 할 때는 커피빈을 오게 되었다. 그때의 내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기에, 그때의 나를 다독이는 일종의 의식을 매주 하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 지금보다 더 많이 누리게 될 나를 위해 하는 노력의 시간이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