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 사탕 어디서 났어?"
도련님의 물음에 조카는 천진하게 대답했다.
"휴퍼에 있혔혀!"
아직 시옷발음이 조금 새는 조카는 양손에 든 사탕을 차례로 한번씩 핥아먹었다. 정말 귀여웠다.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을 걸고 도련님은 다시 물었다.
"돈, 냈어?"
조카는 돈이 뭔지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도련님은 잠시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당시 종아리가 부르트도록 처맞았지만 자신은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왠지 저승에서 어머니가 통쾌해 하실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이놈새끼야, 너도 똑같은 자식 낳아서 한번 당해봐.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한번 정도는 들었던 말이었다.
내 아이만은 다를줄 알았다. 내 아이만은 내게서 나왔으나 나와 닮지 않길 바랐다. 내 아이만은 절도, 폭력, 도박, 사채 그 어느것 하나 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것 같은 내 아이가 이런짓을 하다니.
애를 때려야 하나? 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걸 아무도 가르쳐 준 사람이 없으니 잘못된 행동이란 걸 몰랐을 것이다. 앞으로 잘 교육시키면 될 게 아닌가?
하지만 도련님은 교육 체질이 아니었다.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갈게 뻔해서 고민하다가 동서에게 털어놓았다. 니 애니까 교육을 똑바로 시켜주면 좋겠다, 했다.
사실상 동서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 없었다.
맘약한 동서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조카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보며 말했다. 왜 그랬니, 먹고 싶었으면 엄마가 사줬을 텐데...이건 너무나 나쁜 행동이야. 앞으로 또 그러면 안돼, 엄마가 너무 슬퍼져.
감동적인 순간이었으나 조카는 그닥 깨달은 바가 큰 것 같지는 않았다.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은 아들보단 딸에게 효과적이었다. 씨알도 먹히지 않는 훈육이었다.
다음에 조카가 씩씩하게 훔쳐온 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로봇 변신세트 장난감이었다. 그 큰 걸 무슨 수로 가져왔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을 때였다.
동서가 국산콩 두부를 살지 아니면 천원이 더 싼 수입콩 유전자변형 두부를 살지 고민하는 사이 시야에서 사라진 조카는 이름을 부르자 다시 뿅 나타났다.
어디서 시식이라도 하고 왔겠거니 하고 내버려 둔 채 다시 장을 마저 보았다. 장을 보는 내내 조카는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을 반복했다. 옆에서 방해하는 것보다는 알아서 노니까 다행이라 생각했다.
집에 와서 조카가 등에 매고 있던 어린이집 가방에서 변신로봇 세트를 꺼냈을 때 동서는 혼비백산했다. 로봇 하나가 아니라 세 개였다. 그 장난감은 세 개를 합쳐 하나로 만들 수 있게 설계된 것이었다. 심지어 포장지도 없었다. 뜯은 포장지를 어떻게 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보안에 걸리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동서는 조카에게 충격을 주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돌려주고 사과를 시키고 경찰 아저씨가 와서 잡아간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카는 사과하는 내내 갸륵한 표정을 지었으나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동네 파출소에 가서 우리 아이가 물건을 훔쳤으니 혼내달라고 했다. 경찰이 네 이놈, 여기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줄 아냐고 적당히 장단을 맞추며 으름장을 놓을 때였다.
"아져띠~저 혼나여? 이러면 나는 너무 무혀워."
조카는 큰 눈을 또랑또랑 빛내며 불쌍한 표정으로 경찰에게 폭 안겨 애교를 부렸다. 이쁘장하게 생긴 꼬맹이가 애교를 부리자 경찰들은 그만 녹고 말았다. 허허 웃으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서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조카는 경찰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그의 나이 불과 여섯살 때였다. 그 나이 또래의 영악함을 넘어섰다. 조카는 이미 모든 면에서 도련님보다 한 수 위였다.
단순 도벽 뿐이었다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문제는 조카가 어떠한 반성 없이 점차 커다란 말썽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5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