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련님, 황달식 -10-
달식이 클라스는 영원하다
세월이 흘렀다.
천방지축 제멋대로였던 조카는 무사히 중학교에 입학했다. 도련님이 중학생이었던 시절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녔는데, 다행히 조카는 정말 그 보살 말대로 아버지의 업이 끊긴건지 아직까지는 잠잠했다.
사실 지난주 골목에서 교복을 입은 채 불량해 보이는 무리과 담배를 피우던 조카를 발견했다. 남편이 소리를 빽 지르자 조카는 서둘러 담배를 비벼 끄고는 도망쳤다. 어떡하지, 도련님한테 말해야 하나?하는 내게 남편이 식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폈는데 말해 뭐해, 라고 답했다.
브런치가 맛있는 집으로 소문난 동서의 카페는 체인점을 세개째 냈다. 동서는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아예 그 상가를 매수했다. 도련님의 우려와는 반대로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있었다. 주변에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널렸는데 유독 동서네 카페만 잘 되는게 신기해서 슬쩍 비법을 물었다. 동서는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제가 뭘 해도 되는 팔자래요, 손만 대면 돈이 굴러 들어오는 복돼지라고..."
네번째 체인점은 우리가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모든게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그날은 도련님의 생일이었다.
다같이 모여 장어를 구워먹고 있었다. 다들 술을 한잔씩 하여 기분이 최고조였다. 우리는 유쾌하게 떠들며 탱글탱글한 장어를 마음껏 먹었다.
막 장어 2인분을 추가했을 때였다.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황서준 군 부모님 되십니까, 여기는 XX동 경찰서인데요."
도련님이나 동서 핸드폰으로 걸려온 게 아니라 내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였다. 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맥주를 뿜었다.
부모님께 뒤지기 싫은 조카가 영악하게 내 폰 번호를 알려준 모양이었다.
시도는 좋았지만, 하필 우리가 다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을 때라 숨길 수가 없었다.
도련님은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소리소리를 질렀다.
"이 쌍놈의 새끼야, 너 때문에 내가 살아 생전 처음으로 경찰서를 다 와본다!!"
나와 남편은 웃을 수 없어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프라다 백팩을 사고 싶어서 오토바이를 구해 치킨집 배달을 했다는 조카의 변명은 아무리 들어도 그 핏줄의 레파토리였다. 듣고 있던 도련님은 니가 프라다 백팩이 대체 어디에 필요하냐고 지랄발광을 해서 경찰서에서 쫓겨났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급히 가려고 신호위반을 하다가 상대방의 차를 박았단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무면허인 것까지 애비가 하던 짓을 쏙 빼다 닮았다. 남편은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병원에서 만큼은 전화가 안 걸려오게 해라."
조카는 무슨말인지 몰라 눈이 둥그래졌다. 합의하고 나오는 도련님의 뒷모습이 어쩐지 씁쓸해 보였다.
보살이 틀렸다. 도련님의 업보는 자식에게 물림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그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도련님은 오랫동안 자신이 제멋대로 산 것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했고 서준이는 서준이대로 자신의 업보를 정리해야 했다.
달식이 클라스는 영원했다. 그리고 조카는 모든 면에서 아버지보다 우수했다.
그래도 도련님이 한번 그렇게 살아봤으니 서준이가 자신처럼 되는 것은 눈에 불을 켜고 막아줄 것이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앞으로의 나날이 더욱 기대되는 도련님의 가족이다.
-나의 도련님, 황달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