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너무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를 아내로 삼기 싫어서 내 눈에 예뻐 보이는 여자를 고르다 보니 하루가 지나버렸다. 내일까지 여자를 고르지 못하면 다음에 추가로 돈을 주고 다시 와야 한다. 그럼 이번에 낸 돈은 말짱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이 돈을 모으기 위해 오랜 기간 청춘을 반납했다.
바짝바짝 입 안이 타는 것은 날씨 때문인지 조바심 때문인지 아니면 짓무른 눈을 끔뻑 대며 대청마루에서 쪼그리고 앉아 바느질을 하는 어머니의 굽은 등을 떠올려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하얗고 단정했다. 이국 적지만 기품 있는 분위기가 분홍색 꽃무늬 러플 원피스의 촌스러움을 휘어잡았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만 다른 여자들은 보이질 않았다. 내 멍한 표정을 읽었는지 어쨌는지 긴 속눈썹 속 그녀의 까만 눈망울이 청초하게 내 눈가에 머물렀다.
그녀의 눈은 참 맑디 맑았다. 그리고 그녀와 서너 번 더 눈이 마주쳤다. 첫눈에 반한 난 용기 내어 그녀에게 픽 신청을 했고 놀랍게도 그녀는 내 신청을 받아주었다.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그렇게 벅찬 가슴을 안고 통역사를 사이에 둔 채 띄엄띄엄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가 굉장히 그녀를 마음에 들어함을 눈치챈 중개업체 직원은 하루 더 맞선을 봐보라고 내 결정을 만류했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여자와 결혼하고 싶었다. 십 년씩 연애해서 결혼해도 성격차이로 싸우는데 첫눈에 서로를 마음에 들어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매일 지긋지긋하게 싸우다가 결국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지 않았던가.
아버지 입에 농약을 털어 넣은 건 어쩌면 맞지 않는 부부의 이름으로 자질구레하게 엉겨 붙은 책임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와 만난 지 2시간 만에 결정한 결혼이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배려해주며 앞으로 남은 여생만큼 서로를 알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공부와 몇십 년간 담을 쌓았으나 베트남어도 잘 배울 자신이 있었다. 간절하면 뭐든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