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도티 타오, 그녀가 살던 곳은 베트남 남부 하우양이었다. 호찌민에서 약 6시간 떨어져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지역이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시고, 그녀는 봉제 공장에 다니다가 한국인과 결혼을 결심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했다.
그녀는 겨우 21살이었다. 그녀가 살아온 인생보다 더 크게 나와 나이차가 났다. 앳된 얼굴에서 젊음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대체 언제 날이 더웠는지, 언제 짜증을 냈는지 그만 모두 잊어버렸다.
그래, 나도 이제 새 출발이다. 진정한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 결심했다. 이제까지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갔던 과거는 모두 잊고 그녀와 새 출발을 하자. 어리고 아름다운 그녀와 신혼살림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자. 나도 이제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결심했다.
새롭게 다잡은 다짐은 그녀와의 입맞춤처럼 달콤했고, 다음날 바로 여러 쌍의 연인들과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뒤 약 사흘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나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녀와 찍은 사진을 커다랗게 인쇄하여 방에 떡 하니 걸어두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어머니는 치아가 빠진 쪼글쪼글한 입으로 연신 그녀의 안부를 물으며 행복해하셨다.
그리고 그녀가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녀는 다섯 달 정도 한국어 공부를 하여 시험에 합격했고, 두 달쯤 뒤 난 그녀가 있는 지방 관청에 찾아가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드디어 그녀의 결혼 비자가 나왔다. 길고 긴 8개월이었고 나는 내내 설레어있었다.
벽돌을 나르는 공사일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고, 공장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비릿한 바지락도 그럭저럭 골라낼 만했다.
그 8개월간 난 그녀에게 매달 일정량의 돈을 꼬박꼬박 보냈다. 사유는 다양했다. 화장품을 사야 한다, 생활비를 써야 한다, 장인 장모에게 용돈을 드려야 한다 등 그녀는 매번 각기 다른 이유로 돈을 요구했고 난 힘이 닿는 데까지 온갖 일을 하며 버는 돈의 대부분을 그리움과 함께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의 경제적 요구에 당연히 모든 것을 바쳤다. 내 인생은 앞으로 너로 물들 것이다. 너의 향기와 애정과 나에 대한 모든 것이 우리 사이를 길게 밝혀 줄 것이다. 하늘이 우리의 만남을 축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너를 꼭 닮은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울 것이다.
비록 나의 청춘은 부탄가스와 담배연기와 본드로 물들었지만 내 가족의 인생은 앞으로 복을 많이 많이 받아 휘황찬란하게 비출 것이다. 그토록 바라 왔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녀가 한국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네 시간 정도 떨어진 논밭으로 이뤄진 집에 다다르자 그녀의 눈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