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몇 마디 내뱉은 후 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오랜 비행이라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녀는 내 얼굴만 보면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문화의 차이려니, 했다. 그러다 꼭 한 달 만에 그녀가 사라졌다. 처음 왔을 때 가지고 왔던 모든 짐과 여권까지 챙겨서 말이다. 나의 모든 희망과 인생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나의 새로운 시작이라 다짐했던 삶의 기반이 무너졌다. 자꾸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흘러 넘어갔다. 아버지의 죽음에도 초연했던 나였다. 이대로 살다 간 살아갈 이유가 없겠다, 싶었다. 나만 보고 사는 굽은 등의 노모를 제외하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누구도 날 찾지 않겠다, 싶었다.
베트남까지 가서 아내를 데려왔는데 아내가 사라졌다.
누구도 그녀를 찾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가출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함께 단 꿈을 꾸며 우리 둘을 닮은 이쁜 아이를 낳아 그렇게 행복하게 살림을 꾸리려 했다. 그녀에게 다달이 돈을 보낼 때도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해했다.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 우리의 부부의 연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다달이 돈을 보내는 것을 인력시장 홍 차장이 만류했다. 그렇게 너무 계속 돈을 보내주면 안 된다고 했다.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지내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베트남 신부들이 많다, 했다. 한국에서 일을 해서 받는 한 달 월급이, 베트남에서 받는 월급에 비하면 금액이 커서 대부분이 일자리를 노리고 위장 결혼을 한다 했다.
하지만 그런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나의 아내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 대화가 잘 통했고, 서로의 이상형이라고 알아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서로가 원하는 이성상이 바로 상대였다. 홍 차장은 나이차도 지적했다. 세대 차이도 그렇고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결혼생활이 분명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에게 나이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보다 인생을 짧게 살았으나 그보다 더 한 성숙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덕배 씨, 계십니까.
고개를 들었다. 낯선 남자들이 발소리를 내며 대문을 들어오는 순간 꿈속 사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