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진실

by Lina

그녀는 가녀린 두 손을 모아 싹싹 문질렀다. 정갈하게 묶었던 그녀의 머리카락은 내가 쥐고 이리저리 흔드는 통에 헐렁하게 늘어져 그녀의 어깨까지 흘러내렸다. 눈가에 피멍이 든 채로 그렇게 그녀는 내게 빌었다. 잘못해요, 용서해요, 확실치 않은 한국어로 어눌하게 그녀는 울먹이며 빌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 때 나는 내 자신을 한 회사의 사장이라 소개했다. 바지락 알을 발라내던 식품업체 이름을 대며 가업을 이어받을 예정이라 했다. 그녀는 농사짓는 부모님을 보며, 농사일을 하는 베트남 사람과 결혼하느니 한국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며 국제결혼 정보업체에 신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난 나의 모든 것을 잠시 잊었다.


나는 앞에 놓인 종이컵 안 미지근한 물과 함께 나의 지난 과거들, 짜장을 배달하고 벽돌을 나르고 공장에서 깡통 안에 담긴 불량품을 체크하고 비린내가 나는 어패류를 하나하나 껍질을 까던 그 모든 것들을 목 안으로 삼켰다.


고등학교를 가지 못해 울다가 아버지께 흠씬 얻어맞은 날, 괭이질이 서툴다고 괭이 자루로 맞은 날, 내 친구들이 가방을 매고 학교에 가는 것을 지켜보다 소를 끌고 꼴을 먹이러 가던 날을 잠시 기억에서 지웠다. 아버지가 마신 농약이 거품이 되어 입 밖으로 보글보글 흘러나온 채 내 청춘을 적셨던 그 모든 것을 잊었다.


나는 그녀에게 강남에 번듯한 아파트가 한 채 있고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차가 있으며 부모님은 경영하던 회사를 내게 넘긴 후 노후로 건물 임대업을 한다고 했다. 회사도 직원이 삼백명 쯤 되는 규모가 꽤 있는 회사라고 자랑했다. 그녀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통역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통역사는 나의 말을 번역하며 자꾸 동네 형에게 빌린 나의 구겨진 자켓 깃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고생을 있는 대로 해서 상할 대로 상한 나의 푸석한 얼굴 여기저기를 자꾸 시선으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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