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의 눈치에도 한 번 내뱉은 거짓말은 말할수록 너무 쉬웠고, 나조차도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물을 마셔도 자꾸 입안이 말랐다. 혀를 한번 굴릴수록 치아까지 쩍 쩍 말라붙는 기분이었다.
그녀에게 나는, 한국 여자들은 사치가 심하고 돈만 밝히는 족속들이라 싫어서, 이제 여자의 인성만을 보고 결혼을 원한다고 거짓말했다. 남자의 돈만 보고 성격을 보지 않는 여자는 싫다, 했다. 심성이 착하며 가정적이고 가끔 봉사활동도 하는 존경스러운 여자를 찾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를 볼 때 외모를 보지 않고 성격을 본다고 하자 그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도 남자를 볼 때 성격을 본다고 했다.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직업만을 보고 함부로 폄하하지 않는 그런 남자를 찾는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쿵짝이 맞았다.
통역사는 우리의 말을 번역하며 가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표정을 가렸다. 대화를 나눈 후 두 시간 만에 서로 결혼을 약속하며 난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지었고,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혼식을 올릴 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연신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따봉, 우리네 인생의 새 출발이었다. 그녀의 달콤한 시선 끝에 내가 있었다.
어린 날, 주유소에서 내 것이 아닌 고급 차에 주유를 하고 왁스를 가득 묻힌 수건으로 차를 정성스레 닦던 내가 있었다.
공장에서 어패류가 담긴 박스를 나르다가 공장 바닥에 엎어 팀장에게 구두발로 차이며 어패류와 함께 뒹굴던 내가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식당밥을 얻어먹지 못하고 바닥에 눌러 붙은 짜장을 서둘러 핥던 그 비참함과 서러움이 있었다.
내게 따봉을 했던 그 엄지손가락으로 그녀는 내 가슴을 쿡쿡 찌르며 이건 모두 사기 결혼이라고 울부짖었다. 그녀의 행동에 나는 그게 아니라고, 모두 오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런 조근조근한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갔다. 평생 말로 용서받고 이해 받지 못한 인생을 살아온 만큼 역시 혀보다는 주먹이 편했다.
퍽, 소리와 함께 그녀는 억, 소리를 치아 사이로 짓누르며 배를 움켜쥐고 바닥을 나뒹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