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시선

by Lina

한 번 그녀를 때리자 주먹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한 회사의 사장도 되고 직원도 수도 없이 거느리고 누구나 우러러보는 차를 끌며 남부럽지 않은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강하고 못할 게 없는 사람이다, 나타내고 싶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그녀를 때리고 밟다 보니 꽤 단단한 화병이 내 손에 잡힌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그 화병이 그녀의 머리에 닿고 그녀가 눈을 희번득하게 채 감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쓰러지는 장면은 더할 나위 없이 슬로우 모션이었다.


처음으로 형들을 따라 비닐봉지에 본드를 가득 짜서 숨을 흐아하, 들이마실 때의 그런 울렁이는 느낌이었다. 부탄가스 꼭지를 앞니에 대고 치익, 서늘한 온도를 느끼며 내가 그토록 꿈꾸던 선홍빛 환상을 흡입할 때의 부유감 이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갈 때의 묘한 쾌감과 두려움, 그리고 온 몸이 붕 떠오르는 낯선 이질감. 그 모든 환상이 부숴지기 전 나는 서둘러 그녀를 내 세계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삽질하는 법을 아버지에게 배운 나는 뒷마당에 깊게 땅을 파고 그녀의 옷가지와 여권을 단단히 정리하여 구덩이에 가장 먼저 던져 넣었다.


그녀의 마지막을 뒷마당에 파 묻는다고 묻었는데 엊그제 사나운 태풍에 그만 그녀의 머리칼이 빼쭉 올라왔나 보다. 그 모습에 어머니가 깜짝 놀라 소리를 치고 야단을 치는 통에 모든 것이 들통이 난 모양이다.

경찰차에 강제로 연행되는 나의 뒷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애타게 울부짖었다.



이전 09화거짓말의 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