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엉망일 때 코코아를 마시면 -2-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학

by Lina

A가 처음으로 잠수를 탔을 때 나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와 모든 연락이 닿지 않자 나는 모든 것이 불안해지고 초조해졌다. A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원래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다. 나는 A가 있을 법한 모든 곳을 수소문하고 다녔다.


겨우 A가 있는 곳을 알아낸 나는 그가 일한다는 한 건물 지하에 들어갔다. 담배연기가 자욱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앞에서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나를 막았다. A를 만나러 왔다고 했으나 그들은 나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곳은 사설 도박장이었다.

A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과 물건에 집착을 한다. 어릴적부터 난 내 물건에 내 이름을 써놓고 다른 사람이 건드리면 불같이 화를 냈다. 내 것은 나만이 손댈 수 있었다. 나는 내 물건을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을 질색한다.

나는 내가 마음을 준 사람이 내게 관심이 없으면 미친다. 친구이든 연인이든 나만 바라봐주길 바란다. 나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나의 단짝 친구가 다른 친구와 함께 쇼핑을 갔다는 것을 알고 나는 큰 서운함과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질린 친구들은 하나둘씩 나를 떠났다. 감당할 수 없는 성격이라고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A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그는 부모 없이 아는 형들과 함께 살고 있었고 학창시절에도 끊임없이 돈이 필요했다. 그는 가끔 학우들의 돈을 빌리거나 길 지나가는 행인의 돈을 강탈했다. 술취한 아저씨를 때리고 지갑을 빼서 도망가기도 했다.

나는 A가 그런 식으로 돈을 벌기른 바라지 않았다. 나는 용돈을 아끼거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수차례 A에게 갖다 바쳤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종종 급전이 필요해진 A를 위해 나는 대출을 받기도 했다.


A와 헤어졌을 때 내게 남은건 빚 뿐이었다.


A는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A는 본인이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고 학업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는 A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모습을 좋아했다. 그는 마치 탱탱볼과도 같아서 그 다음 행동이 예측이 되지 않았다. 모든 일에 진심이 없었고 가벼웠으며 미련이 없었다. 그는 대범하게 선택하고 행동했다. 그는 학생이었지만 학생다운 모습이 없었다.


그는 자주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이따금 짧게는 사흘부터 길게는 보름씩 잠수를 탔다. A은 언제라도 나를 떠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럴수록 A에게 집착하고 이런 나의 집착을 사랑이라고 믿었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A는 내가 마련해 준 돈으로 다른 여자한테 선물을 했다. 나는 A의 SNS를 모두 뒤져 그 사실을 알아냈다. 둘은 교제하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가 일하는 곳을 알아내 그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내서 계단에서 밀어버렸다. 그녀는 데굴데굴 굴렀고 나는 그녀의 동료들에 의해 경찰서에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경찰서였다. 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A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나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과거에 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모든 일들이 까마득히 먼 옛날 일으로밖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연락을 끊어도 귀신같이 찾아내는 내가 너무 무섭다고 했다. 제발 자신을 찾지 말아달라고 했다. 내가 주는 돈도 필요 없다고 했다. 이제 나와의 모든 관계를 온전히 끊고 싶다고 했다.


내 모든 세상이 끝나는 소리가 들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든 것이 엉망일 때 코코아를 마시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