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에는 인어공주가 산다 -5-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다

by Lina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했다. 남편과 점차 한 침대에서 자지 않게 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방을 썼다.

우리가 같이 만든 아이이고 내가 조산 위험에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것은 서로의 합의 하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직 나 혼자만의 부주의로 아이를 잃게 된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자책감은 죄책감으로 나를 억눌러왔다. 밤에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툭하면 악몽을 꾸었다.

꿈 속에서는 때로 쫓겼다. 주로 알 수 없는 자들이 나를 해치려 쫓고 나는 도망치려고 발버둥칠수록 그들에게 가까워졌다. 혹은 끝없는 우물로 추락하기도 했다. 우물 속은 춥고 시렸다. 한없는 한기 속에서 떨어지다가 깨어나곤 했다.

루시의 계절에 꾸는 악몽보다는 불쾌함이 덜 했으나 편히 자지 못해 눈 밑이 거무스름해졌다.


회사를 그만둔 후의 나는 점차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착하게 되었다. 남편에게서 연락이 늦어지면 조바심이 났다. 내게 사전 공유 없이 회식일정이 잡히면 화를 냈다.


남편은 그러한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맞벌이 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일들이었다. 나는 남편이 회사에서 급하게 잡히는 일정 등을 내게 공유하지 않는 게 날 무시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나를 무시한 적 없다고 얘기하는 것에 지쳤다.


나는 남편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몰래 핸드폰을 보다가 들켰다. 남편은 넌더리를 냈다. 대체 뭐가 그리 궁금하냐며 잠금설정을 풀어 내게 던졌다. 남편의 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그가 폰을 두 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다가 남편의 분노를 샀다.


집안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싱크대에는 설거지 거리가 쌓여갔고 밥공기에는 밥풀이 말라붙어 잘 씻겨지지 않았다. 그릇마다 얼룩이 남았으며 냉장고 안의 식재료들은 상했다.

바닥엔 먼지와 머리카락과 고양이 털이 뭉쳐 돌아다녔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스러기들이 발바닥에 자꾸 묻었다.


빨래를 제 때 하지 않아 종종 남편은 전날에 입은 속옷과 양말을 신어야만 했다.

끼니 때마다 음식을 하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점점 배달음식으로 허기를 때우는 일이 잦아졌다. 집안일이 쌓이는 것을 보면서도 그 어떤 것에도 손대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점차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부부라는 이름만으로 간신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


나는 은빛 비늘의 거대한 꼬리 끝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것은 하천의 빛과 교묘하게 섞여 눈에 잘 띄지 않았으며 신비로웠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중랑천인지 또는 꿈 속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몽환성이 전달되었다.

꼬리에서부터 시선을 옮기자 하천과 분간이 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물살에 흔들려 선이 자꾸 출렁거렸다. 하천의 밑에서 서서히 올라온 얼굴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깊은 그녀의 두 눈이 나의 눈과 마주치자 이해할 수 없는 온 몸의 떨림이 생겼다.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인어는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내 주위를 맴돌았다. 징검다리의 수심은 매우 얕아 보였으나 또 한편으로는 깊은 듯 인어는 수심을 개의치 않아했다. 그녀는 마치 하천 밑 바닥의 경계를 통과하는 듯했다.

그녀의 깊은 눈 속에 달이 그대로 투영되어 밤하늘 그 자체가 그녀에게로 아름답게 걸어들어가는 듯 했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이였다. 는 넋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 나와 그녀 오직 둘만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녀가 물 속에서 입을 벌렸다.


입 안에서 파란색 혀가 한 줄기 나왔다. 그것은 끝이 갈라지며 두 줄기, 세 줄기가 되어 마치 꽃잎의 봉오리처럼 모여들다가 한 번에 꽃을 틔우듯, 여섯 갈래로 펼쳐졌다. 순간 하천의 깊은 곳으로부터 거대한 폭포소리가 울려퍼졌다. 인어는 꼬리를 두 번 몰아치고 다시 입을 벌렸다.


그 때였다.


"노랫소리를 따라 부르라니까요."


다정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어떤곳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토록 오랫동안 내가 보고 싶한 사람.


J가 미소지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5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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