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내내 전공만 판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까

한 길만 바라보고 온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

by 어소금

대학을 졸업한지 1년하고도 7개월이 지나고 있다. 20살 현역으로 입학해 본전공은 광고홍보학과. 복수전공은 경영햑부로 정했다. 사회를 나가보면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전공과 다르게 살아가고있다. 오히려 전공을 살려서 취직한 사람을 보고 간혹 놀란다. 오 이 길만 보고 오셨나봐요. 일찌감치 이 길에 원래 확신이 있었어요? 나는 어쩌다보니 대학 전공대로 살아왔다. 주위 다른 길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잘 알게되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했던 여러 이유들이 있다.



전공을 살려서 취직한 많은 친구들

특이하게도 대학시절 우리 과의 특징을 보면 타과 학생들에 비해 전공에 대한 확신이 많고 열정적인 학우들이 많았다. 고등학생때부터 광고기획자, PD, 아트디렉터, 마케터 등 정말 꿈꾸고 전공대로 꿈꾸고 이 길을 가려는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우리 사이에서 대부분 가고싶은 회사는 국내 메이저 광고회사들이었고, 모두가 그 곳에 취직하기를 꿈꿨다. 전공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와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한 친구들 중 일찌감치 전공을 포기한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보니 가장 가까운 친구들 모두 광고업계에 종사하기를 꿈꿨고 크게 싫지 않았던 나는 같이 공모전을 나가고 광고대로 직무를 설정해왔다. 지금도 많은 동기들이 여러 광고회사, 매체사, 일반 회사의 마케팅 직무에 종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길만 보고 달려가는 친구들이 부럽고 멋지다 생각해서 나도 포기를 못했던 것 아닐까.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점검해본 적이 있을까

더 이상 내가 이 길을 반드시 가야한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을 서서히 느꼈다. 결정적인 것은, 동기가 정말 유명한 광고회사에 취직했다고 소식을 들어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순간부터였다. 내가 이걸 얼마나 했는지 정량적 스펙만 쌓아왔지, 내가 정말 이걸 하고싶어 하는지. 나와 잘 맞는지. 안 맞다면 왜 안 맞는지 점검은 하지 않았다. 입버릇처럼 안맞다 안맞다고 투정부렸지만. 왜 안 맞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싶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아예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시간은 지나고 있는데 나는 점점 이 직무를 꿈꾸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고. 막상 이 일을 하고싶지 않으니. 죽어라 몰입해도 모자란 취준인데. 취준을 할 의욕이 없어 회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꿈이 있으면 열심히 달릴 줄 아는 사람인데. 왜 달릴 의욕이 없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솔직히 후회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전공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아카데믹한 지식 외에 전공에서 배운 것이 정말 많다. 전공은 정말 특이한 매력이 있는 과목이었다. 광고 ∙ 홍보(PR)은 사회를 살아나가기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학문이었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PR해야하는 세상이다. 내 몸값을 노동시장에 입증하고, 가치가 매겨지고. 능력이 있으면 선택지가 많아지는 세상이다. 우리 과는 (모든 학교, 모든 과도 동일하겠지만) 악바리처럼 열심히 사는 분위기. 즉 모두가 열정맨인 학풍이 있었다. 물론 좋은 학점과 스펙은 어느 곳을 가도 치열하고 따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모두가 열정적으로 밤새고 영혼을 갈아넣는 분위기 속에서 나도 덩달아 열심히 살게 되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팀플과 과제에 온 힘을 쏟아붓고. 동아리 기획물을 위해 한 학기를 불태우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펑펑 울고. 도서관에서 며칠 노숙을 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해도 내가 만든 굳은살이 지금의 나를 지켜준다.



결론적으로 잘 살기 위해선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

인턴을 하면서 광고 전공이 아닌데 나보다 광고에 대한 애정이 많고 마케터가 간절한 사람이 많았고. 또 친한 동기 중에는 광고와 아예 상관없는 일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사촌동생이 있다면 대학을 선택할 때 전공도 중요하지만 전공 말고 다른 것들을 탐구하고 네 것으로 만들어보라고 할 것 같다. 지금 전공대로 살고 있는 친구들. 전공과 무관한 길을 걷는 친구들. 모두 공통점이 있다. 열심히 배우고 성실하게 살고 있다. 동시에 그 동기들도 나를 같은 프레임으로 보고 있진 않을까.


새로운 길을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찾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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