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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누리 Nov 19. 2019

사람잡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 링피트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의 고리


어? 얘 사람을 막 움직이네?
 

 2019년 10월 18일, 한 게임이 불꽃같은 열풍을 일으켰다. 닌텐도 사에서 발매한 스위치 게임으로, 그 이름하야 ‘링피트’다. 운동과 모험을 결합해 직접 뛰어 맵을 이동하고, 몬스터를 퇴치하는 전신운동게임이다.

 인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물량이 들어오는 족족 품절이다. 사람들은 남은 재고를 찾으러 오프라인을 뛰어다니거나, 예약주문을 하거나, 프리미엄이 붙은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앉아서 게임만 하다가 엉덩이 커질까봐 콘솔 게임기를 멀리했던 나도 결국 하나 샀다.



 생각보다 장난 아니네?

 어렸을 때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다. “엄마, 난 포켓몬스터 지우랑 결혼할거야!” 엄마는 지금도 지우가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물어보지만, 사실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전세계를 모험하며 몬스터와 싸우고, 동료를 만드는 멋진 어드벤처 속 주인공. 사실 나는 그 주인공의 모습이 멋있어보였던 것이다.

 근데 왠걸, 링피트에서 그 향수를 느낄 줄이야! 모험을 즐기는 주인공, 몬스터들과 싸우며 승리감을 맛보는 모험자. 이 게임에선 내가 지우고, 주인공이었다.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낭만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 만화에는 법칙이 있다. 반드시 주인공에게는 시련이 뒤따른다는 것. 몬스터를 이기기 위해 스쿼트 20개와 앉아서 무릎 들어올리기 25개를 할 때 그 법칙을 깨달았다! 이 게임은 조이스틱만 움직인다고 아바타가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세 걸음 뛰었다면 딱 그만큼만 움직인다. 몬스터를 해치우려면 강력한 근력운동밖에 방법이 없다(!)

 충격과 공포의 1일차가 지나갔다. 내가 지친 것은 어찌 알고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알림창이 뜬다. 친절하게도 쿨다운 스트레칭까지 시키고 보내준다. 나는 완전히 링피트의 손바닥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달린다

 링피트의 진가는 게임을 끈 순간부터 나타난다. 괜히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은근한 근육통이 나를 뿌듯하게 만들고, 남은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집에 있으니 도망갈 곳도 없다. 하루, 이틀, 삼일. 동그란 원처럼, 내 일상의 주기적인 생활리듬이 생긴 것이다. 말 그대로 ‘링피트’다. 언제쯤 이 무한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 한번 이 게임을 맛 본 사람은 빠져나오고싶은 마음조차 들지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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