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누리 Feb 27. 2020

가만히 서있는 것이 가장 힘든 당신에게

당신이 안 움직여도 세상이 움직여준다


 나는 멈춰있는 것이 힘들다.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을 들을 때도, 가만히 서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움직이고 싶어하는 뼈마디 하나하나를 억제하는 것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남이 보면 힘 안 들이고 서있는 것같지만 아니다. 정작 힘을 빼면 외부의 힘에 의해 풀썩 쓰러지고 말겠지. 이 세상 모든 것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바깥 세상과 치열하게 맞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 살아보니 그렇다. 나는 언제나 변화를 좋아했다. 학창시절 1년 마다 반이 바뀌는 것이 설렜고, 여러 알바를 거치면서 새롭게 바뀌는 환경이 좋았다. 문제는 몇달만 지나면 그것이 지겨워진다는 것이었다. 직장인이 되니 더더욱. 회사 체계란 90%의 안정과 10%의 변화인데, 나는 그것이 90%의 지루함과 10%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아, 마냥 진보로 살아야하나. 하지만 진보도 언젠가는 보수가 된다. 우린 마냥 걸을 수 없다.


 가끔 세상은 무빙워크와 같다. 내가 걸어야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멈춰있는 것같아도 세상이 나를 움직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나는 여러번 이 길을 뛰쳐나가고싶은 충동을 겪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볼 줄 몰랐다. 아니, 2020년 버전으로 바꿔볼까. 두 발만 볼 줄 알았지 무빙워크는 볼 줄 몰랐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이다.


 '존버'라는 단어는 그런 사실을 압축한 두글자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뭔지 모르는게 정상이니까, 일단 가만히 있어보라고. 내가 걸어야만 걷는 것이 아니라고. 가끔은 세상이 움직일 때가 있다고. 나아가는 방법은 많다고.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움직이는 일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잡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 링피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