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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누리 May 03. 2019

어린이가 아니어서 어린이날에 쉴 수 없어

어른과 어린이, 그 사이에 있는 어른이




 "엄마, 5월 6일은 대체휴일이니까 여기도 놀러가고 저기도 놀러가고…"


 나는 달력에 빨간색으로 그려져있는 '6'자를 바라보며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드디어 금요일이다. 오늘만 출근하면 금, 토, 일을 내리 쉴 수 있다. 그 순간 과장님이 지나갔다. 어라? 갑자기 기분이 쎄했다.


 "과장님!"

 "응?"

 "저희…6일에 쉬죠?"

 "어린이날 대체휴일? 아, 우리 안 쉬어."


 순간 고슴도치에 발을 찔린듯 몸을 움찔거렸다. 본능적으로 감정을 숨겨보려했지만 그러지 못 했다. 내 반응을 눈치 채셨는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우리 예전엔 어린이날에도 나왔었어. 어린이가 아니라고."


 '그러면 크리스마스는 예수도 아닌데 왜 쉬고 초파일은 부처도 아닌데 왜 쉬어욧!'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가 쑥 가라앉았다. 그래… 대체공휴일은 중소기업 재량이니까. 그런데 무엇때문에 이리도 슬픈 것일까. 가족들과의 약속을 깨야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출근을 해야한다는 그 자체때문일까…. 남이 보면 배가 부르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 어쨌건 이 조차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내 이름이 바로 사회초년생이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린이가 아니라서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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