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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누리 May 06. 2019

고독에 대하여

고독을 느끼는 모든 이에게







오늘은 5월 6일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 덕분에 하루를 더 쉬는 뜻깊은 날이죠.

하지만 나는 지금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습니다.


월요병도 거의 없고,

옆 동료가 퇴근시간이라하면 그제야 시계를 보던 내가

오늘은 왜인지 참 괴롭습니다.


왠지 어깨도 쑤시고, 등도 결리는 것같습니다.

기분 탓인지 몸도 으슬으슬 춥군요.


문이 꼭 닫혀있는 고요한 동네 풍경 때문일까요.

자꾸만 '휴일'을 언급해주는 라디오 DJ때문일까요.

출근길마다 꽉꽉 밀리던 도로가 텅텅 비어있어서일까요.


아, 깨달았습니다.

나만 출근해서 그렇습니다.


일이 힘들다고는 했지만

사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남들 다 쉬는데 나만 여기 있는 것이 고독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모든 고통은 '고독'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혼자 대학에 떨어질까봐 아무 곳이라도 원서를 넣고,

1인 여행을 갔다 외로울까봐 같이 갈 친구를 찾고,

홀로 취준생으로 남는 것이 두려워 필사적으로 면접을 다니고,


결국 남과 다른 내 자신이 힘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평생 혼자 살겠느냐, 아니면 지금 죽겠느냐.'

나는 단언하건대, 그 자리에서 죽을 것입니다.


바늘이 꿰맬 실이 없다면 더 이상 바늘이 아니듯

내가 꿰맨 모든 인연을 자른다면 이미 나는 없으니까요.


나는 어릴 때부터 고독을 연습하며 자랐습니다.


그 당시 드물었던 외동딸로 태어났고,

친구들과 다르게 20살에 방통대를 들어갔으며

친구들이 들으면 신기해할 회사를 다니고 있지요.


덕분에 이 두 발로 혼자 돌아다니는 것에는 도가 텄지만

생각해보면 그 조차도 내가 한 것이 아닌 것같습니다.


왜냐면 두 발에 신발을 신겨주신 것은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잖아요?


아! 내 스스로 한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군요.


혼자라 외롭다했는데, 사실 혼자인 적이 한번도 없었군요.


여름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는 혼자 그러한 것이 아니라

뿌리를 받아줄 어떠한 땅이 있었던거군요.


나도 어딘가에 뿌리를 박고 서있네요.

그게 부모님이던, 친구던,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무엇이던간에요.


나는 '나만' 아픈 것같다는 사실에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을 돌이켜보니


출근길에는 오늘도 공사장 인부 분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계셨고

커피는 아침 일찍 나온 카페 사장님 덕분에 마실 수 있었고

회사 동료들도 피곤해도 웃으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었군요.


고독은 세상에서 제일 쓴 독이라 고독인 줄 알았더니

세상에서 제일 쓴 약인지도 모릅니다.


입은 한번 쓰고 말 것이고

온몸에 퍼진 약기운은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겠지요.


                                                                                                                                                  19.05.06

                                                                                                                       고독을 느끼는 모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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