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 세우기
자전거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어디서부터 계획을 짜야할지 시작점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합니다. 20일의 시간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어떤 길로 가든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가고 싶으세요?”
이에 대한 대답을 한다고 생각하고 여행 순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본인이 갈 지역을 생각해보면 세단, SUV, 화물차, 승합차, 경차 등이 떠오를 것이고 누군가는 취향에 따라 덤프트럭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20일이니 차의 기동성을 생각한다면 이동이 어렵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도 되고, 경부선 라인을 따라 대전과 대구를 들렀다가 전라도로 빠지는 등의 자유로운 루트 설계와 도로 선택이 가능합니다.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이동 중 들를 곳을 선정했다면 그곳에서 보고, 먹고, 하고 싶은 것 등을 생각해 봅니다. 우연히 들른 작은 도시가 마음에 들면 계획을 바꿔 그곳에서 머무르는 융통성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작은 도시를 촘촘하게 이동한다면 국도를 달릴 것이고, 중간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큰 도시로 바로 가려면 빠르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입니다.
자전거 여행의 계획 또한 이러한 방향에서 시작합니다. 여행이란 이름은 같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교통편입니다. 이 차이가 여행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이 특징은 이동 중 라이더가 체험할 속도와 범위를 만들어 새로운 모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자전거는 차보다는 느리지만 일반 도보 여행보다는 빠른 속도로 여행이 가능합니다. 자전거 여행은 차의 빠른 속도로 건너뛰는 물리적이고 시간적인 공백을 천천히 두 바퀴로 채워 만드는 여행입니다. 차는 운전자가 애씀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액셀러레이터만 밟으면 이동하지만 자전거는 라이더가 직접 페달을 밟는 만큼 굴러가니까요.
대표적인 요소 5가지로 자전거 여행 계획을 구상해 보겠습니다.
이동거리는 자전거 여행 시 고려해야 할 기본 단위입니다. 이동거리에 대한 계획은 주행 시 소요되는 시간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동 소요 시간이 길면 목적지 도착 후 남은 시간이 자연히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에 달리는 거리를 설정함으로써 여행의 기간과 여행지의 체류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처음 계획하는 사람은 먼저 내가 하루에 얼마 정도의 거리를 이동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여행 초보자에게 목적성을 갖고 달릴 수 있도록 하며, 성취감을 갖게 함으로써 다음 여행에 자신감을 불어넣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 여행자들이 적당한 짐을 싣고 적당한 힘으로 (힘써 페달을 밟지 않아도) 달릴 수 있는 속도는 평지에서 평균 시속 15km 정도입니다. 당연히 짐이 가벼울수록 속도는 더 빠르며 내리막과 오르막에서는 속도의 증감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여행을 다니는 사람의 이동거리는 여유롭게는 하루 평균 40km~80km 지만, 경우에 따라 하루 120km 이상을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신체 특성과 주행 능력은 천차만별입니다. 이와 함께 본인이 세팅해 놓은 자전거와 짐의 조건에 따라 이동 거리는 차이가 큽니다. 이동 거리를 계산하여 본인이 여행 중 지날 도시와 세부 도로를 살펴보고 머물 숙소와 중간 보급 기지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행 출발 후 상황에 따라 맘에 드는 도시에서 멈추거나 원래의 계획보다 더 달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동 중 접하는 여러 가지 매력을 즐기느라 느리게 이동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 정해 놓은 목적지에 일찍 도착 후 그곳에서 시간을 안배하여 계획한 여행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가장 먼저 이동할 거리의 계획에 달려 있습니다.
라이더의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곳을 정해 놓고 거리를 계산해서 갈 수도 있지만 이동 시간을 계산해서 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체력 안배와도 관련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보통의 여행과 달리 '이동'이라는 변수가 여행자 본인에게 달린 여행입니다. 그것은 여행자의 컨디션과도 관련되어있습니다. 체력이 좋은 사람이거나 가벼운 짐으로 여행하는 사람의 경우 하루 8시간 동안 100km의 거리를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짐을 꾸려 천천히 작은 도시를 방문하며 여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금만 달려도 도시 이름과 행정구역이 바뀌는 작은 나라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조금만 달려도 새로운 지역으로 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본인의 취향과 체력을 고려해 한 지역을 베이스캠프 삼고 지역 주변의 이곳저곳 명소를 당일치기 이상의 시간을 계획해 떠나는 거점 여행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이동 시간 조절을 통해 가능한 여행의 방법입니다.
자전거 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장시간 라이딩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음 날 이동하는 여행자의 컨디션에 무리를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삶이든 여행이든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들을 하나씩 직접 부딪히며 가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여행 기간을 확정해 놓은 상태에 물리적인 이동에만 모든 시간을 쓴다면 자전거 여행이라기보다 그저 자전거 이동만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대중교통과의 조합으로 시간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치밀한 이동 계획을 세웠다 할지라도 여행 중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상황이 시간을 그저 낭비하는 일로 번지면 최초 세웠던 계획은 시간적 압박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대중교통을 활용하여 이동거리와 시간을 벌어 여행의 의미를 본인 의도에 맞도록 바꿀 수 있습니다. 특정 여행지가 너무 좋아서 장시간 보내느라 의도치 않게 길어진 일정과 예상치 못한 사정(건강 문제, 비자 기간 임박, 천재지변으로 인한 라이딩 불가, 지루한 일정과 매일 똑같은 주변 풍경 속 라이딩으로 낭비되는 시간 줄이기 등)에 매몰되지 않고 계획을 바꿀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여행입니다. 본래 일정에는 없었지만 우연히 접한 여행지의 매력과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과 합이 맞아 원래의 시간 계획을 바꿔 진행하고 싶다면 최초 계획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좋은 곳에서는 계획보다 좀 더 시간을 부여하고 다른 곳의 일정을 융통성 있게 줄임으로써 여행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대중교통 활용은 그저 달리는 것에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국내의 버스, 배, 전철, 기차 등의 대중교통과 국외에선 비행기 등의 방법으로 개별 여행의 루트와 시간적 안배를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 제안 :
대중교통을 너무 많이 활용하면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전거를 짐으로 갖고 다니는 고행이 됩니다. 주 이동을 자전거로 하되 여의치 않은 때 적당한 융통성을 발휘가 필요합니다.
보통 자전거 여행에서는 당일치기 여행보다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기간에 휴가기간 혹은 일정 시간을 내어 ‘나’만의 여행을 떠났음에도 방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여행 중 긴급한 사정으로 계획이 크게 바뀌거나 심한 경우 여행 자체를 취소할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내 여행 시간이 온전히 기능하도록 다른 변수가 없어야 합니다.
* 제안 :
변수가 끼어들어 여행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고 여행하다 중단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의 여행을 힘들게 준비해 놓고서 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하고 싶었던 여행일수록 일정에 반드시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가 필수입니다.
여행 중 발생할 일들은 출발 전 미리 처리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 여행이라면 예측 불가능한 것이 많지만 짧은 기간 동안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들이라면 미리 해 놓고 와야 여행 중에도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행 중 발생될 문제를 대비해 상황에 맞는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