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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Jan 25. 2021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을 만나본 적 있나요

친구의 범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공통의 관심사로 이어지는 인연이 있다. 나는 꾸준히 좋아하는 걸 좋아해 왔고 그걸 통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댓글로 소통하며 알게 된 사람들이라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알지 못했다. 그저 우리는 같은 걸 좋아하니까,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으니까 라는 이유로 친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소소한 교집합이지만, 그 교집합이 친구라는 이름의 시작이 된다. 인터넷상으로의 대화, 거기서 더 나아가 (드물지만) 번호를 교환하며 카톡이나 전화를 하며 가까워지곤 한다.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문제는 오프라인 만남이다. 이 사람을 만나도 되겠다 싶은 확신이 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친구가 있었다. 상대에 관해 아는 건 닉네임 하나뿐이었다. 댓글과 방명록으로 이야기를 하며 가깝게 지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이 친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뉴질랜드, 치치에 머물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당시 치치에는 큰 사건이 있었고 전과 후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시기에 우리가 함께 그곳에 있었다는 ‘우연’이 그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다행히 그 친구도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는 3시간 반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을 처음 갔고 1번 출구에서 친구를 만났다. 해사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던 그 얼굴이 봄 햇살과 어우러져 퍽 눈부셨던 게 첫 기억이다. 우리는 맛집으로 유명한 초밥집에 갔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기 위해 예쁜 카페에 갔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처음이 아닌 사이. 말이 끊기지 않았다.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났는데도 할 이야기가 넘쳐나는 사이처럼 대화를 나눴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친구와는 아직도 친한 언니 동생으로 연락하며 잘 지낸다. 만나게 된 계기가 됐던 공통 관심사는 시들해졌지만, 이내 또 같은 걸 좋아하게 됐고 여기저기 함께 다니며 즐겁게 지냈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은 쉽게 알게 된 사이이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인연이 끊어질 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가더라도 상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만날 사람 그리고 만나지 않을 사람을 적절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기준이 확실하지 않아 일회성 만남으로 끝난 경우도 있었다. 마주 앉은자리가 불편한 사람도 있었고, 나를 앞에 두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도, 그저 우리가 만난 걸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람도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좋고 나와 맞는 건 아니다. 그리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하다.


  내 연고지는 서울이 아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없고 직장 동료라봐야 전에 일하던 곳 사람들 몇몇 뿐인데 그 사람들과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내 서울 인맥은 대부분 커뮤나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다. 함께 공연을 보러 다니다 친해지고, 여행을 갔다가 만나고, 글을 쓰며 모임을 가지다 가까워지고.


  어렸을 때의 나는 내 힘으로 친구를 만들 줄 몰랐다. 친구라고 곁에 있었던 애들은 엄마가 담임선생님에게 돈봉투를 주며 했던 말- “얘는 성격이 이상해서 친구가 없어요, 그러니까 잘 부탁드립니다.”-덕분에 담임이 만들어준 짝꿍이 있을 뿐이었다. 친구 만드는 방법을 모르니 나중에는 따돌림도 당하고 괴롭힘도 당하며 학교 생활을 했었다. 다 커서야,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난 후에야 나는 친구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됐고 그 무리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웠다. 그렇게 가까워진 “친구”는 인터넷으로 만난 친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태원에서 만난 친구 이후로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지역이 다르고 전공이 다른,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고 생김새도 다양한 사람들. 가지각색의 서사와 형형색색의 빛을 가진 사람들과 뒤섞이며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았다. 그리고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인터넷으로 누군가를 만나보라고 선뜻 권하기 힘들다.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확언할 수 없기에. 새로운 사람을 오프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내 나름대로 세운 몇 가지 원칙을 복기한다.


  1. 나와 가치관이 비슷한가(정치적인 것 포함), 좋아하는 게 같은가, 관심사가 무엇인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면서도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인가.

  2. 이 사람을 만나 본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뒤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이야기나 돈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면 만나지 않는다.

  3. 온라인 상에서의 대화가 즐거운가. 한 번이라도 이 사람의 메시지에 웃어본 적 있는지, 함께 나눈 대화를 다시 읽어본 적 있는지.

  4. 이성은 만나지 않는다. 무조건 동성만.

  5.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 약속 장소와 계획,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닉네임이나 아이디)를 내 주변에 확실하게 알린다. 자리를 옮길 때도, 무언가 먹을 때도 간간이 사진을 포함해 연락을 남긴다.


  흉흉한 세상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머뭇거려진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도 만나볼 수 있다면 한 번 만나보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물론 (서로) 조심해야 하겠지.


  같은 반, 과 동기나 선후배에게 친구라는 수식어를 꼭 붙일 필요는 없다. 특히 학교 같은 반 친구랑 친하게, 잘 지내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방법이든 자신만의 친구를 만들 수 있다면야. 어렸을 때 그 방법을 알아도 좋고 나처럼 뒤늦게 깨달아도 상관없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것 같은 사람. 시간을 공유하는 게 아깝지 않고 대화가 끊이지 않는 사람.


  친구는 어디에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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