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한다면 신이 나를 이기적이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래, 너 참 착하구나 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어 줄 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입술을 통해 흘러나온 타인의 이름은 신의 귀에 닿지 않는 모양이다. 나를 위한 기도가 오히려 잘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는 그마저 하던 기도도 그만 두었다. 그냥 더는 두 손이 모아지지 않았다. 견딜만한 고난을 받았고 그에 상응하는 상을 얻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마른 낙엽처럼 흔들리지도 않고, 잠기지도 않은 채 바람리 불면 떠내려가고 흐름이 멈추면 거기 주저 앉아 시간을 보냈다. 신을 찾되 매달리지 않았다. 신에게 요구하고 그걸 받아내고 믿음을 바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나란히 걷는 느낌.
남을 위함이던 나를 위함이던 기도한다는 것 자체가 기껍지 않게 되었다. 그건 다 남 때문이다. 타인의 행복을 빌어도 그 기도가 신에게 먹혔는지 아니면 무시당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가 힘들 수밖에.
오늘 참 오랜만에 기도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손을 모아쥐게 된 것은 상대가 내게 무척이나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토로하는 고통이 너무나 공감되고 이해되었기에 조금 슬펐다. 화를 뱉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꿀꺽 삼켜야 하는 삶이 내 것과 미묘하게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들으면 네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라는 소리를 하겠지만.
그 사람을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하나. 행복하게 해달라 해야하나, 아니면 눈앞에 닥친 당장의 고난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해야하나. 구체적인 제목을 고르는 게 고민스럽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좋은 게 떠오를지 모르겠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하려니 제목을 고르는 것도 신중하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어떤 기도를 해주고 있는지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부디 내 삶이 평범하길 빌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