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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Jan 28. 2021

출근하기 싫은 날이다, 오늘은

생각의 파편




 슬슬 나가야 하는데 움직이기 싫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나더러 나오지 말라고, 그냥 집에 있으라고 아우성이다. 어젯밤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백자 고스란히 날려먹었고, 짜증이 나서 게임 몇 판 하고 잠을 잤다. 어제의 짜증은 글을 날려서이기보다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년간 열심히 가르친 학생 몇이 조만간 학원을 옮길 거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애들도 애들 나름 눈치를 보느라 내게 직접 말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열심히 숙제도 하고 수업도 듣는데, 애들이 감추려고 해 봤자 어른들은 빨리 알고 알아채는데 그걸 모른다. 학원을 그만두는 이유가 못 가르쳐서도 아니고 성적이 떨어져서도 아닌, 친구 따라간다는 거다. 여자애들끼리 보이지 않는 싸움에 결국 새로운 편이 만들어져 떨어져 나갔다.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 매번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고 싶은 만큼 있어라 내버려 둘 생각이다. 차라리  무능력 때문이라면 어느 정도 납득을  텐데.


  해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애들이 나오고 그럴 때마다 힘이 빠진다. 친구가 좋을 나이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짜증이 난다. 그래서 오늘은 출근하기 싫다.


  애들에게 얼마나 정을 주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나는 고민도 않고 0이라고 말한다. 애들을 좋아하고 예뻐하지만, 정을 주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0 정을 내어주는 건,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배신은 생각보다 가볍다. 날이 갈수록  그렇다. 초반에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와 지금의 나는 일에 있어서 마음의 무게가 확연히 다르다. 속이 상해도 드러내지 못하고 삼키기만 하니 썩어 문드러진 곳은 살이 찌고 애정은 가벼워지기만 한다. 모든 선생”이 애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손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거기에 화가  수밖에 없지 않나.


  차라리 나도 여느 사람처럼 적절한 책임감과 충분한 거리감을 갖고 아이들을 대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이런 글도 브런치에 남기지 않을  있었을 거다.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같다. 밤새 뭉쳐 놓은 짜증을 부디 출근길에  뱉어낼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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