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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Apr 19. 2021

월세의 절반을 한 끼에 썼다

내 카드 말고 남 카드긴 하지만



  시험기간이다. 나도, 애들도. 거기에 과제로 내야  소설  편을 꾸역꾸역 쓰는 중이고 미라클 모닝-다른 사람보다는 늦은 아침이지만,  기준 미라클 한 기상시간이다-을 실천 중이며 하루에 5~6 걸음을 억지로라도 걷고 있다. 구구절절 근황을 보고 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여전히, 열심히 사는 중이다. 눈이 반쯤 감기는  와중에도 뭔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정도니 게으르게 사는  나랑 안 맞는  같다.


  얼마 전,  능력으로는 먹으러 가기 힘든 식당에 갔다.  끼에 다달이 내는 월세의 절반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 식당이었는데, 맛있는 거로는 물론 분위기까지 완벽해서 SNS 인플루언서 사이에도 유명한 곳이었다. 살다가 이런데도  와보네 싶었다. 예약 없이는 발도 들이지 못할 정도로 매일 모든 테이블이  찬단다. 메뉴판에 적힌 금액은  카드로는 선뜻 긁지 못할 터였다. 접시에 놓인 두툼한 고기를 나이프로  눌러 비비자 육즙이 먹음직스럽게 흘러나왔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맛에 절로 웃음이  정도였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엄청난 맛이라  정도는 아니었다. 비슷한 맛인 파스타나 스테이크는 이전에도 먹어본  있은 맛이었고, 가격은  식당의 반의  값인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음식은 분명히 엄청났다. 배가 어느 정도 불러도 포크를 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조도 낮은 불빛과 화려한 조명, 나무랄  없는 완벽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직원들. 가격의  이상은 공간과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을 거다. 게다가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동네였으니.


  입가심으로 샐러드를 한입 크게 가득 물었다. 알싸한 마늘향이 신선한 야채와  어우러졌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헛웃음이 났다. 건너편에는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이 있었다. 거기도 나름 유명한 샤브샤브 체인점이었다. 그리 비싸지도 않고 마음만 먹으면 여기가 아니어도 다른 동네에서 얼마든지 찾아갈  있는 곳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으러 다닌 곳이기도 해서 나에게는 익숙한 맛, 친숙한 식당이었다. 우연히 기회가 되어  비싼 식당에 앉아 자주 가던 식당을 바라보고 있다니. 기분이 묘했다. 뭐라고 표현할  없을 정도로 신기했다. 어떤 이들은 여길 매일같이 와서 샤브샤브를 파는 식당을 보며 저런 데도 있구나 하겠지. 나는 주로 건너편에 앉아 저런데   아껴서 샤브샤브   먹겠다고 말했었는데.  식당은 좁은 일방통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었다. 손님의 교집합이 없어 서로 서운할 일은 없겠지 싶다.


  스테이크  입, 파스타  입, 드레싱에 축축하게 젖은 샐러드 조금.  먹지 못한 메뉴가 테이블에 남아 있었다. 예전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비싼 케이크 시켜 먹으면서   입씩 접시에 남기는지 모르겠다고. 많이도 아니고   입거리. 접시 설거지하는  귀찮아 죽겠다며 투덜거리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식당에서도  입의 음식이 남았다. 내가 있는 테이블뿐 아니라 다른 테이블에도 완벽히  접시는 없다.



  “이제 갈까요?”



  밖이 제법 어두웠다. 식당 영업시간도 30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시선을  바퀴 돌려봤다. 샹들리에의 빛이 은은하게 흔들렸다. 여기에 다시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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