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렸다가 날이 밝아지길래 조금, 아주 조금 기대했지
종로에 다녀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딘딘 1집을 구하려고.
뉴질랜드에서 돌아와 졸업과 취업에 필요한 토익 점수를 만드려고 학원에 다녔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토익학원은 종로에 있었고, 나 뿐 아니라 동기들도 휴학하고 서울로 올라와 이 학원에 다녔었다. 나에게 종로는 그냥 그 뿐이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많고 그들을 위한 시설이 모여 있고, 귀금속이나 약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오가는 곳. 서울 사람이 아닐 뿐더러 종로에서 살아본 적 없었기에 특별한 의미도 없고 애틋한 감정도 없는 장소였다.
음악사 레코드사 중고샵. 알아본 곳은 모두 돌며 앨범을 찾았다. 앨범을 갖고 싶다는 목표 외로도 오랜만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걷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마침 비도 멈추고 구름도 개어 걷기 딱 좋았다. 긴팔 블라우스가 바람에 흔들이며 간질이는 것도, 새파란 하늘과 상쾌한 공기도. 뭘 갖고 싶어 찾은 것 또한. 우산을 가지고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두고 왔는데, 그러길 참 잘했다.
앨범은 못 구했다. 큰 기대도 없었고 못 구해도 서운해하지 말자 생각하며 출근 전에 얼른 간 거라서. 그런데 여기저기 닫은 상점이 많았다. 알아보고 간 음악사 한 곳은 더는 영업을 하지 않는지 셔터를 아예 내렸고, 거기에 진열 되어 있었을 물건이 상자에 담겨 가득 쌓여 있었다. 문이 잠기고 불이 꺼져있는 곳을 차근차근 눈에 담아가며 걸었다. 괜히 서운했다. 아는 가게도 아니고 열려 있어도 내가 찾아가지도 않았을 테지만, 닫히고 잠긴 상가들이 아쉬웠다.
젖은 길의 웅덩이를 피해 출근길로 발을 옮겼다. 오랜만에 쏘다니니 좋네. 구름 사이에 숨어 있던 볕이 내리쬔다. 딘딘 1집은 어디 있을까?